[증권]“주가 하락폭이 투자 신호등”

  • 입력 2002년 9월 12일 17시 57분



‘어느 종목이 강한 종목인지 알려면 증시 하락기에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보라.’

국내 증시는 올해 4월까지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이후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부분 종목의 주가 움직임도 이와 비슷했다.

어느 종목이 강한 종목인가, 관전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4월까지 오른 주가를 이후 다 날려버린 종목들은 지금 주가도 신통치 않다. 대신 남들이 다 떨어질 때 조금이라도 덜 떨어지며 버틴 종목들은 최근 다시 주가가 오름세를 보인다.

▽다 잃은 종목〓통신장비업체인 단암전자통신과 게임 및 3차원(3D)기반기술 전문업체 타프시스템.

단암전자통신은 연초에 비해 3월말 주가가 갑절로 올랐고 타프시스템도 4월초 주가가 연초보다 40% 가까이 올랐다. 그런데 이렇게 벌어둔 밑천을 한 달반 만에 다 날려버렸다. 두 회사 모두 5월 주가가 연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후 하락폭이 오히려 더 커지면서 두 종목 모두 최근 주가가 연초보다도 낮아졌다.물론 두 종목이 저가 부실주도 아니고 한때 작전이 걸렸던 것도 아니다. 나름대로 두 회사 모두 코스닥에서는 실력 있는 우량주로 꼽힌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주가가 오른 이유가 ‘좋아진 실적’이 아니라 ‘이 회사는 나중에 실적이 좋아질 거야’라는 기대감이었기 때문이다.

동원증권 이채원 주식운용팀장은 “기대감으로 오른 주가는 실제 실적이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순간 급속도로 떨어진다”며 “코스닥에 소속된 기술주(IT) 가운데 이런 성격의 종목이 많다”고 설명했다.

▽덜 잃은 종목〓오뚜기와 동일방직. 두 회사도 마찬가지로 3월말까지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4월 이후 떨어졌다.

그러나 두 종목은 연초에 벌어둔 주가를 다 잃지 않았다. 한때 3만8000원까지 올랐던 동일방직은 3만3000원선에서 꿋꿋이 버텼고 4월 이후 주가가 급락한 오뚜기도 1만7000원선에서 주가 하락을 막아냈다. 그리고 그 지지선 근처에서 꾸준히 등락을 거듭했다.

두 종목의 진가는 상반기 실적이 발표된 8월 이후 나타났다. 오뚜기가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111% 느는 등 두 회사 모두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이후 종합주가지수는 700선 초반에서 왔다갔다했지만 두 회사 주가는 다시 오름세를 탔다.

가치투자자문 박정구 사장은 “실적이 좋고 저평가된 가치주들은 대세 하락기에도 생각만큼 주가가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주가가 일정한 수준 이하로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장기투자의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대단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