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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8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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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한국 기업들은 대주주와 소액주주를 나눠 생각하는 잘못된 관행에 빠졌다. 대주주는 회사의 주인, 소액주주는 간섭이나 하는 귀찮은 대상으로 여겼다. 소액주주들이 배당을 요구하면 “회사가 번 돈을 왜 배당으로 낭비하나” 하는 식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소액주주를 ‘진정한 파트너’로 여기고 그들과 이익을 공유하려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 전문가들도 한국 증시에서 건전한 장기투자 문화가 형성되기 위해 주주 중심의 경영철학 확산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모두를 위한 길〓‘주주 중심의 경영’에서 주주란 말 그대로 대주주 소액주주 모두를 뜻한다. 그동안 지나치게 대주주 중심으로 편향됐던 기업의 주주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이지 대주주의 정당한 권한을 빼앗아 소액주주에게 특혜를 주자는 의미가 아니다.
따라서 올바른 틀만 확립된다면 주주 중심의 경영은 대주주 소액주주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윈윈(Win-Win)게임이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많은 기업이 이와 같은 인식을 갖게 됐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늘어나고 기업들이 주주를 위한 여러 규칙을 정관에 새로 넣는 것도 이 때문.
8일 코스닥등록법인협회에 따르면 4월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701개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이익으로 주식 소각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규정을 만든 회사가 60%로 지난해보다 갑절로 증가했다. 또 중간배당에 관한 규정을 둔 기업도 50개 이상 늘어났다. 주주 중심 경영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낳은 결과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배당은 주주 중심 경영의 핵심이다.
물론 모든 기업에 무조건 “배당을 많이 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재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 새로운 기술 개발 등을 위해 현금이 필요한 기업에 무조건 “배당하라”고 강요했다가는 오히려 경영이 악화할 수 있다.
그러나 현금이 넘쳐나고 뚜렷이 재투자할 곳도 없으면서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은 경영 철학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배당에 여러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우선 “이 회사는 주주를 중시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이미지가 크게 개선된다. 오랫동안 회사를 믿고 주식을 보유하는 장기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주가 측면에도 큰 도움이 된다. 배당을 많이 하면 주가에 안전판을 깔아놓는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시가배당률이 높아져 배당을 노린 매수 세력이 늘어나고 이 때문에 주가가 일정 가격 이하로는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중요한 주주 정책의 일환이다.
단순히 일시적인 주가 부양을 위해 한 두 번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회사를 눈여겨봐야 한다.
서울대 투자연구회 김민국 회장(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은 “안정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주주와 회사의 이익을 공유하려는 회사는 한국 증시에서 ‘보석 같은 가치주’로 인정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 '주주를 좋아하는 회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표 |
| ·배당금이 매년 일정하게 지급됐으며 실적 상승에 따라 증가하는지. |
| ·자사주 소각 가능 조항이 정관에 포함돼 있는지, 또 실제 자사주 소각 계획이 있는지. |
| ·사내 여유자금만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하는지. |
| ·고배당을 해도 기업 성장에 지장이 없는지, 즉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는 회사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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