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서관 호수 갤러리… “공장 맞아?”

  • 입력 2002년 5월 26일 17시 17분


신도리코 아산공장에는 인공폭포 잔디밭 정원 등이 곳곳에 꾸며져 있다. 사진=아산 하임숙기자
신도리코 아산공장에는 인공폭포 잔디밭 정원 등이 곳곳에 꾸며져 있다. 사진=아산 하임숙기자
탁 트인 넓은 공간에 드문드문 자리잡은 낮은 건물들. 넓은 잔디밭, 철 따라 피는 꽃나무들, 시원함을 자랑하는 인공폭포….

충남 아산시 남동의 5만평 터에 자리잡고 있는 신도리코 아산공장을 찾으면 ‘공원 같은 공장’이란 느낌이 든다. 휴일이면 직원들이 자녀들 손을 잡고 ‘쉬기 위해’ 공장에 올 정도.기계제조2부 안호섭 부장은 “특히 복사기와 더불어 성장해온 회사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복사기 박물관’은 아이들에게 산 교육의 장”이라고 말했다.

건축물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직원이 만족해야 기업의 이윤이 보장된다’는 기업이념이 말로만 아니라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신도리코는 지난해 3427억원의 매출에 4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한국의 대표적 사무기기 업체. 복사기 프린터 팩시밀리 디지털복합기 등을 만들고 있으며 매년 매출액은 10∼15%, 순이익은 20% 이상 늘고 있다. 공장은 서울과 아산 등 두 곳에 있다.

장한익(張漢翼) 아산공장 본부장은 “직원들에게 ‘우대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면 일의 효율은 그만큼 오른다”며 “매년 실적이 좋아지는 만큼 직원들에 대한 혜택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산공장에서 직원복지를 위한 공간 비율은 무려 70%. 건강관리를 위한 체육관 도서관 의무실 노래방 노천극장 실내극장까지 있다.

경영진, 외국 바이어, 직원들이 함께 이용하는 식당에서는 “집에서 먹는 것처럼 준비하라”는 고 우상기(禹相琦) 창업주의 지시에 따라 식판 대신 반들거리는 밥그릇과 국그릇이 식탁에 올라 있다. 공장 일부는 갤러리로 꾸며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 같은 복리후생으로 나가는 비용은 연간 48억원가량. 전체 매출의 1.7%나 된다. 세무 당국은 평균 제조업체의 복리후생비보다 2배 정도 높다며 이유를 문의한 적도 있다.

이 회사의 ‘직원 존중’ 정신은 외환위기 직후에 뚜렷이 드러났다. 직원을 한 명도 줄이지 않은 것. 대신 모든 임직원이 나서서 일거리를 찾아왔다. 예를 들어 복사기 부품이지만 컴퓨터에도 쓰일 수 있는 회로기판(PCB보드)을 한 컴퓨터 업체에 납품하기도 했다는 것.

3년차 사원인 김동혁씨(26)는 “경영진에게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굳이 직원들이 말하기 전에 배려해주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도 부러워한다”며 뿌듯해했다.

아산〓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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