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한국시장 짭짤” 외국기업 밀물

  • 입력 2002년 3월 21일 18시 08분


일본 정보통신기기 업체인 후지쓰의 100% 자회사인 한국후지쓰 안경수 사장은 지난해 4월 일본 본사 상무로 선임됐다. 그는 후지쓰의 첫 외국인 임원이다. 1996년 한국후지쓰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뒤 매년 두자릿수의 매출 증가율로 한국법인이 세계 60개국 판매법인 가운데 4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리게 한 실적을 인정받았던 것.

일본 후지쓰에 한국은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시장진입 성패 여부를 테스트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시장이다.

세계적인 패션명품업체인 이탈리아 구치그룹의 도미니코 데졸레 그룹회장은 지난달 18일 방한해 “한국은 구치그룹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4월까지 한국시장에 구치 제품을 취급하는 매장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노키아의 한국 생산법인인 노키아TMC의 이재욱 회장은 작년 11월 ‘무역의 날’에 외국기업 CEO로는 처음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84년 경남 마산에 생산공장을 세운 노키아TMC는 매년 1000만대 가량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만들어 전량 수출한다. 전 세계에 팔린 휴대전화기만 1억대가 넘으며 수출 누계액도 100억달러를 웃돈다. 노키아의 해외 생산법인 가운데 연간 10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곳은 미국과 한국뿐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에서 열띤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앞다투어 한국에 생산공장이나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우거나 유통망을 확충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

풍부한 고급인력과 산업기반이 갖춰져 있어 생산기지로 삼기에 좋은데다 소비층이 두꺼워 다국적기업들에는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비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무대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치를 올리고 있는 동안 한국은 다국적 기업의 ‘개척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은 다국적기업의 주력시장〓외국기업들로서는 한국은 결코 소홀히 여길 수 없는 시장. 많은 기업이 한국진출 후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결산법인인 한국암웨이는 2000년 9월∼2001년 8월(2001 회계연도)의 연간 매출액이 72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갑절 이상으로 늘었다. 매출액 기준 국가별 실적에서 일본과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작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는 3개월 연속 월별 실적이 일본과 미국을 앞질러 2002 회계연도에는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컴팩은 매출액 성장률에서 한국이 최근 2년간 줄곧 ‘톱 5’에 들었다. 특히 노트북 판매 성장률은 최근 3년간 세계 3위 자리를 지켜왔다.

저장장치(스토리지) 전문회사인 미국 EMC의 한국지사는 전세계 지사 중 매출액 순위 5위에 올라있다.

미국 항공기 제작업체인 보잉은 올해 초 한국을 영국 프랑스 독일 등과 함께 세계 10대 전략시장으로 선정하고 부사장과 상무급 임원을 새로 영입하는 등 한국법인 조직을 대폭 보강했다. 보잉코리아 박형순 상무는 “한국은 앞으로 우주항공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보잉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관계없이 한국을 주력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다국적기업의 전진기지〓다국적기업들은 한국을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니라 생산과 기술개발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미국의 자동제어기기 업체인 하니웰은 관련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다국적 연구개발 센터를 지난달 한국에 세웠다. 그동안 미국 현지에서 운영해오던 글로벌 엔지니어링 센터를 한국하니웰의 천안공장으로 이전한 것. 한국하니웰은 앞으로 세계 95개국의 하니웰 현지법인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각종 자동차용 센서나 산업용 제어기기를 개발, 공급하게 된다.

독일계 종합화학 회사인 바스프는 지금까지 16억1000만달러(약 2조원)를 한국에 투자해 전국 5개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다.

스위스 시계생산업체인 스와치는 단순 판매대행만 해오던 한국법인을 지난달 초 직영체제로 전환하고 스위스에서 교육받은 기술진 10여명을 배치한 애프터서비스 센터를 설립했다. 스와치가 스위스 외의 나라에서 애프터서비스 센터를 세운 것은 처음이다.

▽다국적 기업도 한국 경제의 한 축〓산업자원부에 따르면 2001년말 현재 외국인투자기업(외국인지분 10% 이상) 수는 1만1515개로 97년말(4419개)의 2.6배 수준이다.

이처럼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왕성한 활동을 벌이면서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몫도 커지고 있다.

99년말 현재 외국인 투자기업은 국내 생산부문의 13.3%, 고용의 8%를 차지했다. 교역에 있어 외국기업의 공헌도는 더욱 높아 99년 전체 무역흑자 239억달러의 20%에 해당하는 48억달러가 외국기업의 기여분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외국기업의 한국시장침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한국 정부는 각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서울로 유치하기 위해 외국기업의 투자환경을 한단계 더 개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외국기업 임직원들은 예상하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주요 다국적기업의 한국시장 진출 현황
기업업종내용
포드자동차한국내 전시장과 정비공장 확충
소니가전애프터서비스 센터를 40개에서 50개로 늘려 연중무휴 24시간 가동
클라크건설기계핵심 연구개발센터와 생산기지를 한국으로 이전
올림푸스카메라30여개인 전문대리점을 올해 두 배수준으로 확대
JVC가전한국내 유통망 확대
스와치시계한국법인을 직영체제로 전환, 한국에 해외 첫 애프터서비스 센터 설립
BAT담배외국 담배회사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생산공장 건설중
보잉항공한국을 세계 10대 전략시장으로 선정, 한국법인 조직 확대
후지중공업자동차도요타에 이어 일본 자동차 업체로는 두 번째로 한국 시장 진출 준비중
자료:각 업체

[바로잡습니다]

△22일자 B1면의 ‘한국시장 짭짤, 외국기업 밀물’ 기사와 관련, 한국바스프측은 “한국에 대한 추가투자 계획은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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