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수출은 기는데 주가는 6개월째 훨훨

  • 입력 2002년 3월 3일 17시 31분


과거와의 결별인가, 아니면 위험 신호인가.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을 넘어 상승 행진을 계속하면서 과거 증시를 설명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됐던 지표나 패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가지수가 일정한 패턴에 따라 움직인다고 믿는 전문가들은 이를 조정장세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위험 신호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증시는 과거와는 차원이 달라 과거의 추세는 의미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출은 기고 주가는 날고〓지금까지 주가지수는 수출 증감과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9월부터 수출증감률 그래프와 주가지수 그래프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2월중 주가지수는 742.42로 시작해 819.99로 끝나 10.4% 올랐다. 반면 산업자원부가 잠정 집계한 2월중 수출실적은 지난해 2월에 비해 16.6% 줄었다. 주가는 5개월 연속 오르고 있지만 수출증가율은 12개월째 마이너스다.

이필호 신흥증권 과장은 “지난해 9월 이후 내수 증가가 증시를 이끌어왔지만 이제부터는 수출 회복이 필요하다”며 “3월중 수출이 늘어날지를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과열 등의 부작용이 커지면 정부가 통화정책을 쓸 가능성이 높아 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감소폭이 둔화돼 2·4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엔저의 영향과 노사관계 불안정 등 때문에 아직 불투명하다.

홍춘욱 굿모닝증권 과장은 그러나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증시에 투자를 계속하는 것은 조만간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6개월 연속 상승 가능할까〓주가지수가 5개월 연속 오른 것은 93년 9월∼94년 1월에 이어 두 번째. 당시 지수는 94년 2월부터 내리기 시작해 회복하는데 7개월이 걸렸다. 3월도 지수가 오르면 6개월 연속 상승이라는 신기록이 세워진다.

김장환 서울증권 연구원은 “비록 대세 상승기라도 중간 휴식기가 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오재열 SK증권 과장은 “대다수 전문가들이 2월은 주가지수가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빗나갔다”며 “지금은 과거의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때”라고 반박했다.

▽미국증시와 차별화 계속되나〓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폭등했지만 중장기적으로 하락추세를 보일 경우 한국 증시가 차별화를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이필호 과장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기업가치 재평가 등 한국 증시의 호재들이 주가에 대부분 반영된 상태에서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 외국인이 주식을 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성모 동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미국 증시가 불안한 것은 일부 기술주의 가치 하락과 기업 부실회계 의혹 때문”이라며 “이는 거시적이고 국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부분적이고 국내적인 문제여서 한국 증시가 큰 영향을 받을 이유가 적다”고 말했다.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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