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전쟁으로 수출 '꽁꽁'…내년 상반기에나 풀릴듯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49분


수출 경기가 긴 터널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8월만 해도 4·4분기(10∼12월)에는 수출이 회복되리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회복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주요 시장인 미국 일본 유럽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수출환경이 얼어붙고 있어 연말 특수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품목별로 보면 8, 9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이 늘며 효자 노릇을 했던 자동차마저 10월에는 대우차의 수출 부진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주요 20여개 수출 품목 중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것은 무선통신기기와 선박 두 종류뿐이다.

수입 역시 4월 이후 7개월 연속 두자릿수 감소를 보였다. 국제유가 하락과 경기둔화, 투자 및 수출부진 등으로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이 각각 18%가량 줄었다. 소비재는 곡물, 수산물, 의류의 수입증가로 2% 정도 늘었다.

▽미국 일본 중동지역 수출 급감〓테러의 영향이 가시화하면서 미국에 대한 수출은 9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2%에서 10월에는 -32.4%(20일까지)로 감소폭이 커졌다.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는 물론 가전제품 섬유 생활용품 등 다양한 소비재로 수출감소 추세가 확산돼 품목마다 지난해보다 24.4∼29.5% 줄어들었다. 크리스마스 세일용 제품의 주문이 축소 또는 취소되거나 납기를 연장하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 감소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미 의류수출은 4·4분기에 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對)일본 수출은 9월 -29.1% 감소에서 10월에는 -33%로 감소폭이 커졌고 중동 역시 -1%에서 -16.4%로 악화됐다.

여기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이후 10월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주최한 수출구매상담회에 70개사의 바이어가 방한을 취소하는 등 수출상담 중단과 해외박람회 취소 등이 잇따르고 있다.

▽수출 회복은 언제쯤〓수출 감소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대만은 9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2.5%, 싱가포르는 -37.4%, 일본도 -20.2%를 나타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낙균(崔洛均) 무역투자실장은 “당장은 세계 경기가 회복되기를 바랄 뿐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서 “중장기적인 수출 경쟁력을 키우는 등 차분히 숨고르기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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