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테마파크도 유망산업"…허태학 삼성에버랜드 사장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8시 39분


삼성에버랜드 허태학(許泰鶴·57) 사장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삼성그룹에서 이형도(李亨道) 삼성전기 부회장과 함께 현직 최장수 CEO중 한명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20년 넘게 ‘호텔 맨’으로 일하면서 제주신라호텔의 총지배인을 거쳤고 고객들과 늘 얼굴을 맞대며 지내야 하는 삼성에버랜드 대표를 93년부터 9년째 맡고 있다.

경력만 놓고 보면 도시풍의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실제 외모는 마음씨 좋은 시골 아저씨를 떠올리게 한다. 본인은 “친절과 봉사는 외모가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며 “외강내유(外剛內柔)도 서비스업체의 경영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한다.

요즘 경기침체로 내로라 하는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는 ‘서비스 전문경영인’으로서 사명감을 느낀다. 세계 6위의 테마파크인 에버랜드의 서비스 수준을 높여 이곳을 찾는 동남아 관광객의 수를 늘리면 국내 다른 부문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부쩍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상품 수출이 어렵다면 관광 수입을 늘리는 쪽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동아시아 어느 나라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관광상품을 개발한다면 한국 경제가 기력을 되찾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허 사장은 테마파크에 대한 시각도 단순히 ‘먹고 놀면서 돈쓰는 향락 업종’이라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 미래 국가경쟁력을 키울 유망 분야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에버랜드는 테마파크 운영 컨설팅사업을 대만에서 따낸 데 이어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각국에 로열티를 받고 테마파크 관련 노하우를 수출할 계획이다.

“현명한 어머니는 자녀의 몸에 땀띠가 나기 전에 여름 옷을 준비하고 감기에 걸리기 전에 겨울 옷을 준비하지요. CEO는 경영환경의 변화를 예측해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유교 가풍이 엄격한 집안에서 성장한 그는 ‘한문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지침에 따라 고향(경남 고성) 근처의 대학(경상대)을 나왔다. 그래서인지 “에버랜드를 친절 청결 예의 질서의 도량으로 만들어 국민의식을 명실상부한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데도 한몫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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