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25만명…친절 전도사 박영실 삼성에버랜드 과장

  • 입력 2001년 9월 26일 19시 38분


‘서비스를 돈으로 만드는 여성’

삼성에버랜드 서비스아카데미의 친절교육 강사인 박영실(朴暎實·31·사진) 과장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이 별명을 지어준 이는 박과장으로부터 서비스 교육을 받은 모 은행의 지점장. “강의에서 배운 대로 은행을 찾는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더니 예금이 늘어나 꼴찌였던 실적이 2등으로 올라갔다”며 고마워했다.

박과장은 대학 졸업후 대전엑스포의 의전 도우미로 활동한 경력을 살려 93년 삼성에버랜드에 입사했다. 대법원 국세청 철도청 서울시 도로공사 등 관공서와 금융기관, 대기업 등 500여개 기관을 찾아다니며 ‘어깨에서 힘을 빼는’ 방법을 가르쳤다. 7년동안 자신의 강의를 들은 ‘제자’가 어림잡아 25만명은 넘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그는 자신의 직업을 서비스 컨설턴트라고 정의했다. “서비스 마인드가 없는 분에게 서비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서비스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는 분에게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또 서비스가 뒤떨어진 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게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를 파악해 개선 방안을 제시해주고 직원 교육까지 책임지지요.”

서비스가 어떻게 돈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그의 설명은 명쾌하다. “어차피 제품의 품질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영업 현장의 직원들이 회사를 대표해 고객을 얼마나 감동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논리다.

박과장은 특히 여성 기업인의 경우 ‘친절’과 ‘서비스’를 핵심역량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남성 위주의 경영환경에서 소수의 핸디캡을 극복하려면 남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

친절이 몸에 배다 보니 초면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상대방이 즐거워하지 않으면 웬지 불안해지는 ‘직업병’이 생겼다. 신혼 시절, 남편 친구들을 배웅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가 90도로 고개를 숙이면서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인사해 남편이 질색을 한적도 있다고.

입사 동기들보다 2년 먼저 과장으로 승진한 그의 꿈은 삼성에버랜드 최초의 여성임원이 되는 것. 서비스 강사가 전문직으로 대접받는 추세인 만큼 능력있는 여성 후배들이 많이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유를 배달받아 먹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할 수 있듯이 서비스를 베풀면 서비스를 받는 사람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박과장은 최근 서비스교육 강사의 보람과 애환을 담은 책 ‘서비스를 돈으로 만드는 여자’(도서출판 하우)를 펴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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