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회복비상회의, 대책없는 '말의 잔치'

  • 입력 2001년 7월 25일 18시 24분


‘수출회복 비상 점검 및 대책회의’가 25일 오전 7시30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과연 수출업계를 위한 ‘대책회의’인지 대통령에게 보이기 위한 ‘전시용 회의’인지를 의심케 했다.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 임태진 수출보험공사 사장, 이영회 수출입은행장, 김재철 무역협회장과 종합상사 및 중소기업 대표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말 그대로 ‘수출 비상시국’에 일선 현장에서 뛰어야 할 ‘대표 선수’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어렵게 모인 자리였다.

그러나 회의는 처음부터 ‘이상한 분위기’로 흘렀다. 김재철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께서 7월13일에는 무역협회를 직접 방문해 업계를 격려하고 협회가 중심이 돼 경제부흥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며 회의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장 장관은 “대통령은 여러분이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수출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여러 수출 대책을 발표했다. 거의 몇 차례 발표한 내용을 재탕 삼탕한 것이거나 이미 시행중인 정책이었다.

“미국 일본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국 중남미 중동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겠다”는 말은 제3공화국 당시부터 반복된 수출 구호. “수출 상품을 고급화하고 다양화해서 세계 일등상품으로 승부하자”나 “중소 벤처기업의 수출기업화를 지원하겠다”는 ‘격려와 다짐’도 한두 번 듣던 말이 아니었다.

또 장 장관이 수출촉진대책으로 밝힌 ‘외상 수출 한도 확대’ ‘현지 금융 보증제한 완화’ ‘해외 현지법인의 위탁가공품 수출에 대한 수출보험 지원’ 같은 정책은 이미 시행중이다.

이어 진행된 업계의 애로사항 건의 순서도 업계 대표가 이미 서면으로 제출한 질의서 4건을 읽은 것과 미리 준비된 정부측 답변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김칠두 산자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회의는 정부와 무역업계가 함께 수출회복을 다시 다짐하자는 취지이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광현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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