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애경그룹 장영신회장 "물러나니 사업 더 잘 되네요"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9시 09분


제가 물러나서 그런가요. 요즘 치약이며 화장품이며 1위하는 브랜드가 늘었어요. 더 빨리 물러날 걸 그랬죠?

서울 구로동 애경그룹 본사에서 만난 장영신(張英信·63)회장은 언제나처럼 당당한 모습이다. 검은색 바지정장에 특유의 짧은 커트머리. 젊어 보이신다 는 말에 반곱슬이라 딴 모양은 어울리지도 않고 미장원 갈 시간도 없어서…. 실은 흰머리가 많아 염색한 것 이라며 눈웃음으로 답했다.

민주당 의원으로 최근 재정경제위 국정감사를 쫓아다니느라 힘이 부쳤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 활기찬 걸음걸이. 체력 하난 타고 났죠. 밥 잘먹는 게 비결입니다. 천성적으로 다이어트는 못하고요.

요즘 경기 힘들어요. 지수상으로는 괜찮은데 주부들이 체감하는 건 다르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입을 떼자마자 경제 얘기다. 전문경연인에게 경영권을 넘겨준지 3년이 넘었어도 어쩔수 없나보다. 30년 해온 건데 어디 가겠어요. 국회에서도 경제인과 주부를 대변한다 생각하고 뛰고 있죠.

여성 경제인의 대모 로 불리던 장회장인만큼 요즘 후배 여성경제인들을 보면 염려가 앞선단다. 얼마나 힘들겠어요. 언제는 안그랬겠냐만 경기가 힘들면 여성 경제인들이 더 힘든 것 같아요. 규모도 영세하고 휴먼네트워크도 부족하기 때문이죠. 여성을 우선해서 지원해주는 은행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국회에서 여성 경제인 지원법 을 제정해 도우려고 노력중입니다.

70년대 1,2차 석유파동을 넘기며 공장 불 끄는 줄 알았다 고 털어놓는 장회장. 70년 남편의 죽음으로 떠안은 애경그룹을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키워낸 그는 여성 경영인들에게 해줄 얘기가 많다. 자기 업종에서는 최고의 전문가가 돼야 해요. 소비자가 사랑하는 제품만 만들 수 있으면 해볼만 하죠. 요즘 같은 시기에는 자금 유동성도 꼼꼼히 살펴야죠. 지금은 크게 가기보다 질적으로 회사를 다질 때입니다.

기업인 경력 30년에 비하면 너무나 짧은 장의원 의 정치경력 1년3개월. 아직 잘 모르지요. 그저 제 페이스대로 할 뿐입니다. 기업인으로 자신있는게 숫자 보는 거여서 국감에서도 재경부 산업은행 등이 살림 제대로 했는지 꼼꼼히 꼬집어 봤어요.

젊은 여성들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국민소득 1만달러까지 남성위주 사회였다면 3만달러까지는 여성의 시대예요. 시대도 좋잖아요. 힘으로 대결하는 데서 지혜로 승부하는 시대로. 제가 젊은 여성이라면 지금 또다시 승부해보겠어요.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