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현대사태' 3단계 복안…자력회생-출자전환-법정관리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30분


정부는 현대측이 6일 내놓은 자구계획만으로는 현대건설을 살리기에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가족들이 현대건설을 살리기 위해 나서지 않는 한 어렵다”는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의 발언은 정부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정부는 현대건설 처리문제와 관련, ▽현대측의 자구책을 통한 자력회생 ▽감자(減資) 및 출자전환 ▽법정관리 등 세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놓은 상태다. 상황에 따라 이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방침에 따라 최종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정부가 가장 바라는 방안은 물론 자력회생. 그러나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사재출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정몽구(鄭夢九) 정몽준(鄭夢準)씨 등 ‘정씨 일가’의 사재출연을 통한 지원과 우량 계열사 매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현대가족들의 재산은 어차피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몽구 정몽준씨의 동의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또 특혜논란 부담까지 안아가며 현대건설을 도울 수 없다는 입장도 확고하다.

현대측의 자력회생이 어려울 경우 정부가 우선 검토하는 방안은 채권단이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출자전환과 감자.

이 경우에는 정씨 일가의 경영권을 빼앗고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한 뒤 경영을 정상화해 제3자에게 매각, 출자액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방법을 택하려면 대주주의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법정관리는 이같은 두 방안이 모두 무산될 경우의 최후의 카드. 아직은 현대에 대한 압박용 성격이 더 짙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법정관리까지 고려하고는 있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이 너무 많아 가급적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측의 자구안에 한계가 있거나 출자전환에 끝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 외에 다른 선택은 없어 보인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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