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재도약 서비스무역에 달렸다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8시 26분


무역은 상품과 서비스의 국제간 거래를 통칭한다. 운수 여행 통신 보험 행정 등은 대표적인 서비스무역에 포함된다. 흔히 알고있는 상품의 수출만을 수출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상품수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비스 수출이다.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고 장기적인 기반확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서비스 무역이란 용어는 생소하다. 이는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상품 무역에만 몰두해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항상 주목을 받는 쪽은 제조업과 상품 수출이었고 서비스산업 서비스무역은 늘 그늘속에 있었다.

서비스 무역 규모는 70년 7억 달러 수준에서 99년 517억달러로 약 74배가 늘어났다. 특히 90년대 들어 상품 수출의 부진 때문에 상품 무역이 정체되는 것과는 달리 서비스 무역은 급격히 늘어 달라진 면모를 보여줬다. 서비스 무역의 연평균 증가율은 11.9%로 상품 무역의 증가율 7.0%를 크게 웃돌아 잠재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서비스 무역은 아직도 제몫을 못하는 적자투성이다. 이 기간(70∼99년)동안 서비스 수입은 121배 늘었지만 수출은 50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적자 내역을 항목별로 보면 여행수지와 로열티를 비롯한 사용료 수지가 가장 크다. 서비스 무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운수 역시 최근 들어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만성적인 적자다. 그외 통신 보험 등도 예외가 아니어서 우리 서비스 수지는 거의 모든 항목이 적자다.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이 아직 규모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외국과의 비교에서 극명해진다. 99년 세계무역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세계 상품무역액에서 우리 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이 2.5%, 수입이 2.6%이다. 서비스 무역은 그 비중이 수출 1.9%, 수입 2.2%로 상대적으로 낮다. 나라별 순위에서 상품 수출은 12위이지만 서비스 수출은 15위로 처져 있다.

상품과 서비스 수출을 합친 총수출에 대한 서비스 수출의 비율은 우리 나라가 14.9%이지만 네덜란드는 20.6%이고 홍콩과 싱가포르는 각각 58.2%와 22.3%다.

이러다보니 서비스산업이 제조업에게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 제조업에서 1000원짜리 물건을 만드는데 중간재로 투입되는 서비스투입액은 우리나라의 경우 169원이다. 일본의 280원에 비하면 60% 수준밖에 안된다.

세계적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한국 경제가 도약하기 위해 서비스산업의 빅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서비스산업에 큰 변혁이 필요하다는 것.

동대문시장은 서비스무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동대문 시장은 몇 년새 세계적인 패션명소로 탈바꿈하면서 하루 2000여명의 외국인을 모으고 있다. 동대문 일대의 환전금액을 근거로 추정해보면 이들에 의해 수출되는 금액은 한해 18억달러.자동차 수출액의 6분의 1을 동대문시장 한곳에서 벌어들이는 셈이다.

미국은 서비스 무역을 통해 한 해에 800억∼900억 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다. 이 돈으로 상품 무역에서 낸 적자의 30∼40%를 벌충한다. 미국 경제가 지난 10여년 동안의 장기호황을 누린 비결은 바로 서비스무역에서 찾을 수 있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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