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금고 불법대출 파문 2인 인터뷰]

  • 입력 2000년 10월 23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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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 ▼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34)은 23일 기자와 만나 "이번 사건의 열쇠는 이경자씨가 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대출과 관련된 이른바 '정현준 리스트’를 공개하겠다고 밝혀 사태가 확대될 조짐이다.

―누가 누구에게 돈을 건넸나.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이 Y반도체 등 코스닥기업의 민원을 해결키 위해 현금으로 10억원을 금감원 직원들에게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물증도 있다.”

―정사장도 금감원 간부에게 3억4900만원을 보냈다고 하는데….

"이경자씨가 금감원 장래찬국장이 한국디지탈라인 주식 5만주를 샀는데 주가가 떨어져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선 3억4900만원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정확히 얼마가 장국장 몫인지는 모르겠다.”

―이경자씨는 정사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이씨를 조사하면 명의를 도용 당한 피해자가 많이 나올 것이다. 이씨는 이번 사건 이외에도 변인호 사건, 단국대 사건, 최병호 주가조작 사건 등에 모두 개입돼 있다. 이씨의 사기행각을 밝혀야 한다.”

<문권모기자·신일섭동아닷컴기자>africa7@donga.com

▼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 ▼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56)은 23일 기자와 만나 “정현준 감사(한국디지탈라인 사장)가 나를 불법대출의 주인공으로 지목하면서 각종 로비설을 퍼뜨리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동방금고가 불법대출한 것을 몰랐나.

"정감사가 9월10일 다급한 목소리로 '주식매입 자금을 빌려달라’고 전화해 50억원을 빌려주기까지 정감사 회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내가 사채시장에서 성장해 금고업무는 잘 모르지만 주주에게 대출해서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로비설이 흘러나오는데….

"금감원 장모 국장이 정감사와 관계있는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갖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하지만 그것이 로비의 결과인지 개인 재테크 차원에서 샀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느냐. 10억원 로비설도 말도 안되는 소리다.”

―동방금고에 전직 재선의원과 통일부 간부를 고문으로 둔 이유는….

"정감사가 '내가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 상임감사는 내가 경제기자시절이던 70년대 이후부터 맺어진 30년 인연이다. 바람막이를 위해 끌어들였다고 말하지 말라.”

―동방금고와는 어떤 관계인가.

"나는 3대주주일 뿐 경영엔 관여하지 않았다. 정사장의 무리한 사업욕심에서 빚어진 사건이다. 나도 피해자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이경자씨 누구인가▼

이경자 부회장(56)은 99년 초 동방금고를 인수해 제도권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명동 사채시장에서 '글로벌 파이낸스’란 이름으로 회사채 할인 업무를 해 왔다. 90년경 2∼3년간 미국에 건너가 뉴욕에서 '금융’업무를 한 기간을 빼면 70년대 말 이후 줄곧 명동에서 잔뼈가 굵은 셈.

이부회장은 "그러나 날 고리대금업자로 보면 섭섭하다”고 했다. 그는 명동 기준에서 보면 터무니없이 싼 월 1.5∼2%의 금리를 적용하는 원칙을 가졌다고 말했다. "회사가 살아야 원금 손실없이 나도 살 수 있죠.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내가 돈을 빌려준 기업은 단 1곳도 부도나지 않았어요.” 이부회장은 현재는 매일경제신문의 자회사가 된 '주간경제’에서 70년대초 기자 생활을 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난 것이 인연이 돼 72년부터 2년간은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특파원생활을 했다.

이부회장은 지난해 9월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사장이 태평양그룹으로부터 동방금고를 인수할 때 지분 11%를 취득,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부회장이 됐다. 이부회장은 회사 경영에 손을 댄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 노조측은 이부회장이 거의 매일 회사에 출근했으며 경영 전반에 걸쳐 유조웅 대표이사와 의논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부회장은 98년 3월 정사장이 디지탈라인을 인수할 당시 종자돈 1억3000여만원을 빌려주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이 돈이 코스닥시장 붐을 타고 짭짤한 수익을 올리자 주변 사채업자까지 끌어모아 정사장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으나 시장 침체로 돈이 묶이면서 정사장과 멀어졌다.

사기전과 6범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부회장은 "친정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한두번 경찰에 불려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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