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퇴출 가이드라인]"우린 아니겠지…"건설-섬유 전전긍긍

  • 입력 2000년 10월 2일 18시 50분


2차 기업구조조정 대상기업이 곧 확정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면서 기업들은 구체적인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긴장하고 있는 업계는 건설업계와 섬유업계. 경기가 빠른 시일 내 회복되기 어렵고 업체들 스스로도 “누군가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이미 18개 상장회사가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나 화의상태인 건설업계는 ‘어느 업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갈 것이냐’는 의문을 던지기보다 ‘어느 업체가 청산절차에 들어갈 것인지’를 궁금해한다.

전문가들은 “회생이 어려운 대기업을 이번 기회에 청산해야 업계도 살고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도 확고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관계자들에게는 “은행이 흔들릴 정도의 청산은 어렵고 중간규모의 주택업체들이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룹 내 계열사의 지원을 받으며 근근이 연명해가고 있는 대그룹 계열 건설회사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업체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에 들어간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재벌계열 건설회사들은 이번 기회에 대대적인 인원감축에 나설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일부 재벌은 계열 건설사를 과감하게 청산할 것을 검토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극심한 공급과잉상태인 화섬업계 역시 청산대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문을 닫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다. “정리는 불가피하지만 나는 아니다”면서 서로 상대방을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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