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채권단, 현대에 4000억 긴급지원

  • 입력 2000년 5월 27일 0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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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현대상선 등의 일시적인 자금난을 해결하기위해 26일 한빛 조흥 주택은행 등 3개 채권은행과 함께 4000억원의 단기 유동성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정부와 외환은행은 현대 그룹 전체의 자금사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실질적인 퇴진 등 시장이 신뢰할만한 강도 높은 자구책을 현대측에 요구했다.

외환은행은 특히 이번 현대사태를 야기한 투신 등 현대그룹 금융 계열사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회장과 이창식(李昌植)현대투신증권사장 등 일부 최고 경영진의 문책 교체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현대측은 27일 열리는 현대증권과 현대투신증권의 주총에서 이들 두사람을 교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은 현대건설이 보유중인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을 매각해 3000억∼3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경림(金璟林) 외환은행장은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건설과 상선의 유동성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현대의 다른 계열사 및 그룹 전체의 자금 유동성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현대건설과 상선에 대해서는 다른 채권은행도 300억원씩 지원을 해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6월초순까지 3000억원 정도의 기업어음(CP)만기가 돌아온다”고 밝혔다. 금감위 고위관계자도 “현대건설에 7∼8월께 상당한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우선 은행권이 2000억원을 신규지원하고 2000억원은 만기연장용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은 이에 앞서 현대상선에 대한 당좌대월한도를 17일 500억원을 늘렸으며 현대건설에 대한 당좌대월도 23일 500억원 증액했다.

한편 김행장은 이날 은행을 방문한 현대그룹 정몽헌(鄭夢憲)회장을 만나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강력한 구조조정계획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김행장이 이 자리에서 현대측에 대북지원사업의 자금내용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근(李容根)금감위원장도 “현대가 발표한 내용만으로는 미흡하며 이번 기회에 외환은행이 현대의 기업지배구조를 철저히 뜯어고칠 것”이라며 “자산매각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며 차제에 정명예회장이 그룹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최영해·이나연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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