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외환은행 경제연구소의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산업 위험정도를 보여주는 ‘은행압력지수’가 올해 들어 급속히 높아져 97년 외환위기 이전의 위험수위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은행 경제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국내 금융기관간 이해관계 대립과 사업장별 노조의 반발로 100조원 규모의 워크아웃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투신사의 구조조정문제가 또 다시 불거져 금융부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익구조 개선안돼▼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은행압력지수가 IMF체제직전의 위기 수준까지 간 것은 아니지만 올들어 상승속도가 너무 빠른 것은 우려할만한 점”이라며 “은행권 자체보다는 금융권 전반의 불확실성이 압박요인이 되고 있으며 은행의 위기상황은 각 은행의 주가수준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권은 4월에만 15조원의 자금이 신규유입되었으며 1·4분기(1∼3월) 당기순이익도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해 외견상 건전해보이지만 예대마진 축소와 은행신탁의 부실로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워크아웃 여신을 제외한 금융권이 안고 있는 64조원의 부실여신과 투신 등 제2금융권 구조조정으로 나타날 잠재 부실여신이 은행권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톰슨뱅크워치 등이 잇따라 국내은행산업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요인 때문이다.
▼향후 2~3개월 중요▼
금융연구원 고성수(高晟洙)연구위원은 “최근 경제위기설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은행권 등 금융산업에 국한해서 본다면 앞으로 2∼3개월은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외국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실을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하루빨리 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은행압력지수란?◇
은행산업이 대내외환경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나타내주는 지표.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0.7선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부실여신 정리와 합병 등 금융구조조정 등으로 99년 3∼4월 ―1.0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들어 플러스로 다시 반전된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보여 3월말 현재 0.6에 근접하고 있다.
은행압력지수는 미국계 증권사인 UBS가 개발한 것으로 △금리 경상수지 환율 등의 실물지표 △예금 및 대출만기 불일치 △총부채에 대한 해외순외채비중 △해외 실질 실효환율 △은행의 자산불건전성 등 10개 부문을 평가한 가중치다. 플러스 수치가 클수록 은행산업이 대내외변수에 취약한 것을 보여주며 마이너스일수록 안정된 상태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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