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 불법로비/수사전망]崔씨 행방 오리무중

  • 입력 2000년 5월 10일 18시 46분


경부고속철도 차량선정 로비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향후 수사전망은 한마디로 그리 밝지 않다.

박상길(朴相吉)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10일 “주범인 최만석씨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소환할 중요 인사가 없으며 소환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사가 난관에 봉착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봐도 된다”고 답변했다.

검찰이 이처럼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특별수사’에 필수적인 두 가지 주요 단서인 ‘진술’과 ‘돈의 흐름’에 대한 수사가 모두 답보상태에 있기 때문.

검찰은 사건의 ‘핵심’인 최씨를 검거하려고 베테랑 수사관 등으로 전담반을 구성, 전국 숙박업소 2000여 곳을 이 잡듯 뒤졌지만 별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 미국 영주권자인 최씨가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는 것도 ‘추정’에 불과하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지난해 가을 입국한 뒤 자신의 여권으로 출국한 사실은 없지만 위조여권 등을 사용해 출국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은행의 홍콩지점에 있는 최씨 계좌의 자금추적도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이 사건을 97년부터 내사하고도 아직 정확한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이유는 계좌가 국내가 아닌 국외에 있기 때문이다.

박기획관은 이날 “홍콩측은 국내법상의 문제를 들어 한국 법무부의 협조요청을 정식으로 거절하기도 했다”며 “최근에도 계좌추적에 대한 협조요청을 했지만 언제 답변이 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특히 최씨의 홍콩계좌에 입금된 돈 중 상당부분이 최씨의 거주지인 미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꼬인 상태.

홍콩측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통보받더라도 미국측에 또다시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함에 따라 수사의 적기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사건의 파장만 커지자 “수사 초점은 최씨가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했는지이며 고속철도관리공단의 프랑스 테제베(TGV) 선정이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는 수사할 수도 없고 수사할 생각도 없다”고 못박았다.그러나 검찰은 공개 수사로 신원이 알려진 최씨가 조기 검거되거나 계좌추적작업에서 ‘확실한’ 자료가 발견돼 ‘정관계 인사’들의 로비자금 수수 단서가 포착될 가능성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이와 함께 구속된 호기춘씨(51) 등 최씨 주변인사들과 정치권 주변에 대한 탐문수사 및 계좌추적 작업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지만 수사팀 사이에는 벌써부터 ‘별로 나올 게 없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