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投사태]전경련 "사재출연 압력은 곤란"

  • 입력 2000년 5월 4일 19시 06분


재계가 투신사태를 일으킨 현대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막상 재벌총수의 사재출연 혹은 출자가 ‘경영실패에 대한 손실분담원칙’으로 자리잡는 모습을 보이자 자본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나쁜 선례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재출연이 손실분담의 구체적 기준과 절차없이 정부압력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것은관치경제의 증거라고 비판한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4일 “손실분담원칙대로 하려면 주주나 채권단이 경영부실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정부강압에 의한 사재출연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현대가 안내놓겠다는데 정부가 내놓으라고 강요해 결국 관철시킨 것은 모양새가 우습다”고 지적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총수의 사재출연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경영 부실에 대해서 총수가 사재로 메워넣는 것이 관례화되면서 재계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건희회장의 사재출연은 개인재산의 사회환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정몽헌회장이 개인재산을 출자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은 이번 기회에 손실분담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경련 이병욱(李炳旭)기업경영팀장은 “손실분담을 하려면 구체적으로 손실이 어떻게 이뤄졌는 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며 “이같은 검증없이 막연히 총수에게 사재를 내놓도록 하는 것은 기업경영의 불투명성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원칙으로 ‘손실분담’을 내세운 만큼 왜 분담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검증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임규진·홍석민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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