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사상최대 프로그램 매물…증시 "후유증 만만찮네"

  • 입력 2000년 3월 12일 19시 49분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인 지난 9일 9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와 KOSPI지수를 30포인트이상 끌어내렸다. 10일 장세는 강한 반등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맥없이 출렁이는 수준이었다. 9일의 후유증은 언제까지 갈 것인가.

증권전문가들은 선물옵션 만기매물이 지수에 주는 충격은 당일에 그치는 법이지만 9일 대량 매물출회의 배경이 됐던 선물 6월물의 약세가 10일에도 지속돼 현물시장의 반등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비차익거래가 5000억원▼

▽차익거래는 장세와 무관〓차익거래는 선물이 현물보다 고평가됐을 때 선물을 팔고 현물을 샀다가 선물마감일에 ‘선물 매수-현물 매도’로 차익을 챙기는 것을 뜻한다. 차익은 만기일의 현물 가격수준과 관계없이 일정하다.

공식집계에 따르면 9일 프로그램매도물량중 기술적인 거래에 불과한 차익거래 부분은 4000억원, 장세판단이 반영되는 비차익거래는 5000억원 정도. 그런데 비차익거래물량중 상당부분은 신고 안 된 차익거래물량으로 추정된다. 9일 프로그램 매물이 많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투자자들의 장세전망을 짐작하기 어려운 것이다.

▼외국인 6월물 순매도▼

▽6월물 저평가가 문제〓마감일에 반대매매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지 않고 현물주식을 그대로 갖고가고 선물은 ‘3월물 환매수-6월물 신규매도’를 통해 차익거래포지션을 이월(롤오버)할 수도 있다. 9일은 6월물 가격이 너무 낮아 이월할 상황이 아니었다. 순매수기조를 유지해온 외국인이 헤지 목적으로 6월물을 대량 순매도했으나 이를 받아주는 세력이 많지 않았다. 여기서 투자자들이 단기시황을 낙관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

▼현물 반등기미 안보여▼

▽우려 키운 10일 장세〓선물만기일에 어차피 팔아야했던 차익거래물량을 처분해버리면 보통 그 다음 며칠동안은 수급여건 호전에 따라 지수가 급등하기 마련이다.

10일엔 차익거래는 409억원 순매수, 비차익거래는 5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해 기대를 저버렸다. 6월물 가격은 현물가격에 만기까지 남은 3개월간의 이자를 얹은 수준에도 못 미쳤다. 현물시장에선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을 합쳐 1000억원 남짓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선물 약세가 현물시장 지속반등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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