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정유 또 '가격경쟁' 점화…ℓ당 8원만 인상 先攻

  • 입력 1999년 8월 4일 19시 41분


휘발유 가격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도발의 주역은 정유업계의 ‘영원한 불씨’ 쌍용정유㈜.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사로 전격 인수된 쌍용정유는 그동안 지분매각건으로 흐트러진 전열을 재정비, 8월 휘발유 가격 조정에서 선두업체인 SK㈜와 LG칼텍스정유에 회심의 ‘한방’을 날렸다.

1일 0시부터 휘발유값을 종전 1199원에서 8원 올린 1207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 쌍용의 전격 발표로 최소한 25∼30원을 인상하기로 내부 결의를 했던 SK와 LG측은 비상회의 끝에 뒤늦게 인상폭을 11원으로 결정했다. 현대정유는 ‘울며겨자먹기’로 인상폭을 8원으로 결정, 쌍용을 따라갔다.

사실 이달 휘발유값 인상폭은 28원이 적정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온 국제원유가격을 고려할 때 정유업체들이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국제원유가 인상폭 만큼의 인상이 불가피했기 때문.

특히 정부가 5월 휘발유 관련 세금을 인하하면서 휘발유 소비자가격을 동결했고 6월에도 휘발유소비자가격이 동결됐기 때문에 이달에 28원 인상은 필수적이었다.

쌍용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휘발유 가격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값싼 주유소’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리딩업체인 SK와 LG를 ‘괴롭히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매출에서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중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SK 11.8%, LG 11.1%, 현대 11.0%, 쌍용 9.3%이며 시장점유율도 SK(34.8%) LG(32.1%) 현대(16.2%) 쌍용(15%)의 순이다.

따라서 휘발유 가격전쟁을 계속할 경우 큰 타격을 더 입는 쪽은 휘발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SK와 LG. 탄탄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쌍용으로서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쌍용정유는 94년에도 가격전쟁을 주도해 정유시장을 뒤흔들었으며 97년에는 2월부터 1년간 ‘1원 전쟁’을 주도해 ‘짭짤한’성과를 거뒀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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