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입장번복과 계산]「생명 上場」정부와 교감 가능성

  • 입력 1999년 7월 8일 23시 34분


삼성그룹이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사재출연으로도 빚을 다 갚을 수 없을 경우 추가로 자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삼성차 부채정리와 삼성생명 주식상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일단 삼성이 2조8000억원의 부채를 떠안을 것을 확약함에 따라 채권은행의 부채정리 작업은 급류를 타게 됐다. 그 과정에서 삼성생명 주식의 조기상장 분위기도 무르익을 것으로 보여 특혜시비를 차단할 수 있는 정부의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의 위기감〓삼성이 그동안의 추가출연 불가입장을 전격 철회한 것은 기본적으로 삼성차 해법이 꼬이면서 반(反) 삼성 기류가 급속히 형성된 데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삼성의 결자해지(結者解之)를 다시 촉구하고 나섰고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삼성가(家)의 변칙 재산상속을 문제삼을 조짐을 보이면서 그룹 내 위기감이 증폭됐다.

삼성으로서는 정부 및 여론과의 정면대결을 피해갈 해법이 절실한 상태에서 “400만주의 가치가 충분히 2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실무진의 자신있는 판단이 이번 결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계산〓재계는 삼성이 추가출연의 전제로 ‘생명주식 400만주의 평가액이 당초 예상했던 2조8000억원에 미달할 경우’를 단 것에 주목한다. 삼성은 어차피 2001년 상장하게 돼 있는 만큼 조기 상장을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식가치 산정이 어차피 상장을 전제로 이뤄지게 마련이고 생명주식을 현물로 보유할 채권단 역시 조기상장의 우군(友軍)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의 입장 번복은 생명상장까지 계산에 넣은 다목적 카드로 여겨진다. 정부 관계자들도 8일부터 조건부 조기상장 불가피성을 흘리고 있어 정부와의 사전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생명주식 가치〓삼성 관계자는 “외국에 가면 70만원 이상에 생명주식을 살 투자가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계열사간 주당 9000원이란 헐값에 거래되긴 했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주당 70만원이란 삼성증권의 평가에 큰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특혜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상장이익의 주주 계약자 배분원칙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계약자에게 상장이익을 분배할 경우 주식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이에 따라 이회장이 내놓은 사재 규모가 부채 규모에 미달하게 돼 삼성의 계산은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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