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지주회사」준비 착수…삼성-SK 재무-인사팀중심

  • 입력 1999년 7월 8일 17시 55분


정부의 재벌개혁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일부 재벌들이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이 8일 동아일보사 초청 광고주협회 회원간담회에서 내년중 지주회사 관련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업계의 준비작업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재벌들의 움직임〓삼성그룹은 구조조정본부 내 재무 인사팀을 중심으로 지주회사 설립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룹 관계자는 “정부가 청사진대로 연내 재벌개혁을 완성하고 내년 4월 상호지급보증이 완전 해소되면 그룹사 관리를 위해 지주회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따라 지주회사 설립의 득실과 걸림돌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조사까지 동원하며 막바지 재벌개혁에 소매를 걷어붙인 정부의 의지를 고려할 때 재벌 쪼개기는 필연적이며 이에 따라 지주회사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된다는 것.

SK그룹 재무팀들도 정부의 지주회사 설립요건에 맞춰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기타 재벌그룹들도 이날 전위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지주회사 설립검토 준비에 나설 움직임이다.

▽엄격한 설립요건〓정부는 올해 초까지 지주회사를 원천적으로 금지해오다 4월 관련법을 개정, 총 자산 중 보유 자회사 지분가치가 50%를 넘을 경우 내년 4월 지주회사 전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주회사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고 △자회사 보유지분이 50%를 넘어야 하며 △손자회사를 금지하는 등 엄격한 단서를 달았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재우(李栽雨)연구위원은 “이같은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기업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며 “변화무쌍한 기업조직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본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계에서는 현재 설립요건에 가장 근접한 회사로 SK엔론을 지목한다. SK㈜와 미국 엔론사의 합작법인인 SK엔론은 각 지역 도시가스 업체를 자회사로 둔 데다 이들 자회사 보유지분의 가치가 전체 자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SK관계자는 “자회사―지주회사 이중과세 등의 문제에 대해 정부 부처간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지주회사 설립은 여전히 안개속”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기업측에서는 전위원장의 조건부 완화발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주회사 설립의 득실〓재계는 지주회사의 플러스 효과를 높게 보는 반면 시민단체들은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한 임원은 “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이익이 나면 확대투자하고 손해나면 투자전략 차원에서 정리하게 마련”이라며 “기업조직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시민단체측은 "총수의 전횡과 지배력이 강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회계투명성이 확보돼 ‘클린 컴퍼니’가 정착되는 전제아래 전면적으로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