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前정권 비리」본격 추궁

  • 입력 1999년 1월 21일 19시 30분


여권이 경제청문회에서 과거 정권의 비리에 대한 강도높은 추궁을 시작했다.

초점은 한보그룹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커넥션 및 기아그룹 김선홍(金善弘)전회장의 비자금 사용처 등으로 요약된다.

‘국회 IMF환란 조사특위’소속 여당 의원들은 21일 한보철강 기관보고에서 정태수(鄭泰守)전한보그룹총회장의 비자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뒤 이를 김전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과 연계시키려 했다.

국민회의 김영환(金榮煥)의원은 이날 한보철강 법정관리 당시 회계관리를 맡았던 안건회계법인으로부터 입수한 회계감리보고서를 근거로 “정전총회장이 90년부터 한보철강 건설비를 허위로 과다계상해 매년 1천억원씩 7년동안 모두 7천3백32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김의원은 이 자료가 한보철강이 법정관리에 넘겨진 직후 법원의 명령에 따라 재무조사를 맡은 회계법인의 감리를 통해 드러났다는 점에서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민회의 이윤수(李允洙)의원은 “한보철강 투자자금으로 사용하라고 금융권에서 빌려준 귀중한 자금 중 최소 7백억∼8백억원이 김전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본다”고 거들었다.

자민련도 국민회의 못지않게 이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이건개(李健介)의원은 “김영삼정권은 태생적으로 한보에서 받은 대선자금과 연계돼 있다”면서 “이번 청문회의 요점은 이 자금을 규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은 또 기아 김전회장이 지난 10년간 모두 1천5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로비자금으로 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다음주에 증인으로 나오는 김전회장 등을 상대로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김전회장이 5,6공시절 민정계에 4백50억원, 김영삼정권시절 민주계에 6백억원을 주었다는 첩보를 입수해 놓았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한나라당 중진 김모의원에게 28억원, 영남의 김모 이모의원에게 각각 17억원과 3억원, 수도권의 서모 이모의원에게 각각 7억원과 6억원을 주었다는 구체적인 사용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김전대통령의 대선자금이나 김전회장의 비자금 문제는 97년과 98년 검찰수사에서 규명되지 않은 사안으로 이번 청문회에서 의혹이 제대로 밝혀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여권이 김전대통령 등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에 나섰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또 한차례 회오리가 몰아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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