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들 「컨설팅 수주 경쟁」후끈

  • 입력 1999년 1월 12일 0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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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관리체제이후 경영진단과 기업실사 등 컨설팅분야가 새로운 유망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중대형 회계법인간 수주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컨설팅업계에선 지난 한해동안 정부 조직개편 금융산업 구조조정 빅딜 추진 등으로 회계분야 시장이 두배 가까이 커진 것으로 내다본다.

최대의 다크호스는 97년 매출실적에서 4위를 차지한 세동회계법인. 세동은 주요 정부기관 경영진단 수주전에서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관세청 국세청 등 노른 자위를 따낸 것을 비롯해 금융기관 경영진단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공인회계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98년 한해동안 세동이 전년의 두배에 해당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일회계법인이 독주하던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세동의 부상은 정치권에 지인이 많은 K고문과 전 광주시장인 또다른 K고문 등의 합작품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 A회계법인 관계자는 “과거 회계법인들이 재무부나 감사원 금융기관 출신 회계사들을 파트너로 선임해 시장을 공략했던 것과 달리 세동은 정치성이 강한 비회계사 출신들을 영입해 큰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주로 삼일회계법인에 일감을 맡겼던 재벌그룹 한 관계자는 “세동의 급부상 배경을 집중 탐색해 대응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다른 회계법인들이 일방적으로 고전한 것은 아니다. 정부 조직과 금융기관마다 경영진단을 받고 빅딜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 기업들의 실사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나름대로 짭짤하게 수익을 늘렸다.

‘은행시장’의 경우 97년까지 1억원 미만이었던 회계감사 수임료가 지난해 외국 회계법인들까지 끼어들면서 최소 세배이상 커졌다. 더욱이 은행과 회계법인간 ‘파워싸움’도 회계법인쪽에 유리하게 반전됐다.

올해 국내 감사 컨설팅시장 쟁탈전에서 가장 큰 변수는 세동의 외국제휴선 확보여부. 세동은 세계 최대의 회계컨설팅 법인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PW)와 제휴를 했지만 PW와 쿠퍼스 앤드 라이브런즈(C&L)가 지난해 합병, PWC가 태어나는 바람에 난데없는 ‘벼락’을 맞았다.

PW와 C&L은 통합에 앞서 각각의 제휴선인 세동과 삼일의 합병을 권유했지만 협상이 끝내 결렬돼 결국 PWC는 삼일을 제휴파트너로 지목했고 이에 따라 올 3월 말 세동과 PW간 기존 제휴계약도 만기를 맞게 된 것.

외국 메이저 회계법인과 제휴하지 못할 경우 유력기관 경영진단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사실상 봉쇄되어 세동으로서도 외국업체를 잡지 않을 수 없는 처지.

세동은 이에 따라 최근 어니스트 영과 제휴를 하고 있는 영화회계법인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분에 대한 이견이 적지 않아 합병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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