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自입찰 새국면]『삼성이냐 유찰이냐』전망 엇갈려

  • 입력 1998년 9월 13일 20시 18분


기아 아시아자동차 입찰에서 유력한 낙찰후보였던 미국 포드자동차가 입찰을 포기, 기아입찰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입찰 결과에 따라선 국내 자동차산업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앞당길 것으로 보여 입찰의 향방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드의 입찰포기 속셈〓포드가 밝힌 입찰포기의 표면적인 이유는 ‘부채탕감액이 턱없이 적다’는 것. 그러나 채권단이 2조9천억원(원금)에 달하는 탕감조건을 밝힌 뒤인 10일 포드가 입찰의향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이같은 이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자동차업계에선 “포드가 기아자동차의 대주주(자회사인 마쓰다의 소유지분 포함 19.8%)인 데다 프라이드(미국명 페스티바)의 주요 수요업체이기 때문에 누가 기아차를 인수하더라도 포드의 영향력을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포드로서는 엄청난 부채를 안고있는 기아자동차를 직접 인수해 부담을 떠안기보다 기존 영향력을 최대한 행사하는 우회적인 진출전략을 채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삼성은 웨인 부커 포드부회장이 포기 의사를 표명하면서 “기아로부터 프라이드를 계속 납품받길 원한다”고 밝힌 것이 기아의 새주인과 지속적인 협조 의향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제휴관계 유지에 힘을 쏟고있다.

▼일단 유리해진 삼성〓포드의 입찰포기에도 불구하고 국제입찰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 이렇게 되면 1차 입찰시 2조7천억원의 탕감조건을 제시한 삼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리한 입장에 서있다.

현대는 1차입찰에서 예정가 미만으로 입찰했고 대우도 기아차 인수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편.

유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포드를 은근히 선호했던 정부 ‘고위층’이 포드의 포기로 이번 입찰을 무산시키거나 현대 대우 등 기존업체들의 반대와 삼성그룹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삼성이 입찰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자동차 구조조정 시나리오〓5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은 지난달 10일 1차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기아차 입찰이 유찰될 경우 자동차를 구조조정 업종에 포함시킨다는 데 합의했다.

이와 관련, 5대그룹 총수들은 기아차 재입찰에서도 유찰될 경우에 대비한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체적으로 합의해놓은 상태.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입찰이 무산될 경우 현대 또는 대우가 삼성―기아차를 한꺼번에 인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현대―대우 2사체제로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은 지난 연말 자서전 출판기념 기자회견에서 “상황에 따라 삼성자동차가 합병당할 수도 있다”고 탄력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측 실무진은 “삼성이 기아를 인수할 경우 그같은 시나리오는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며 삼성이 자동차사업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자동차가 현대 대우 삼성 3사체제로 갈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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