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銀 퇴출]인수銀측 「저항」소식에 불안한 표정

  • 입력 1998년 6월 28일 19시 31분


금융감독위원회를 사령탑으로 하는 사상 초유의 부실은행 강제퇴출 작전이 28일 사실상 전국에서 개시됐다.

인수은행과 금감위 직원들은 이날 경찰의 지원을 받으며 전국에 산재한 퇴출은행 본지점을 향해 출발했다.

이들은 29일 아침 피인수은행에 일제히 투입돼 공식 인수작업에 나설 채비다.

그러나 대동 동남 경기 동화 충청 등 퇴출대상으로 알려진 은행 직원들은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며 ‘결사항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퇴출은행 직원들은 인수팀이 경찰과 함께 은행으로 ‘진입’하더라도 업무 인계인수에 협조하지 않을 움직임이며 일부 직원들은 전산망을 끊는 등 극단적인 돌출행동을 보일 조짐이다.

▼인수은행〓신한은행은 이날 오전 금감위로부터 ‘동화은행을 29일 오전중으로 접수하라’는 구두통보를 받았다.

신한은행은 이날 오후 직원 1천명을 소집해 접수요령을 시달했다.

동화은행 지방점포는 신한은행 지방 영업점 직원들이 접수할 계획.

대동은행을 인수할 국민은행은 검사역 1백여명 등 9백명의 인수요원을 이날 오후 대구 경북지역으로 내려보냈다.

한미은행도 4백명의 인수팀 요원을 경기은행에 지점당 2명씩 배치했다.

인수은행들은 퇴출대상 은행의 극렬한 저항에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전산망의 전원을 끊어버리면 이를 복구하는데만 적어도 며칠이 소요될 것이라며 전산시스템 확보대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인수은행 관계자는 “은행강제퇴출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금감위의 대응방식이 너무 안이하다”며 “지금은 잔금 치르고 이사가는 게 아니라 세입자를 강제로 끌어내는 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인수은행〓29일 인수작업이 공식 개시되면 대부분의 피인수은행 직원들이 사표를 제출하고 영업거부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대동은행은 27일 대구본점에서 ‘생존권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었고 28일에는 직원과 가족 시민 등 2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항의집회를 가졌다.

대동은행 관계자는 “이미 전직원이 파업을 결의하고 휴가원을 제출한 상태여서 29일부터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인수팀과 금감위 직원들이 진입하더라도 인수에 일절 협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동남은행은 이날 전직원 비상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비상연락망 체제를 점검했다.

이 은행 서울지역 노조는 “동남은행 금융시스템을 완전히 마비시킬 수 있는 3,4가지 방안을 이미 마련했다”며 “‘점령군’이 은행에 들이닥치는 대로 바로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은행 노조관계자는 “금융전산망의 메인파워를 끄는 등 만반의 대응태세를 갖췄다”며 “인수팀이 전원을 연결할 수는 있겠지만 오퍼레이터 없이 가동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은행의 한 임원은 “각 지역에 은행 하나씩을 살려두면서 경기도만 지역은행을 폐쇄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며 “이날 중으로 전직원이 사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화은행이 퇴출대상으로 거론되자 이북5도민 등 실향민 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은행 은행발전추진위원회(대표의장 안응모·安應模 전내무부장관)는 이날 오전 타워호텔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의 동화은행 퇴출을 묵과할 수 없다”며 강력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이강운·송평인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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