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재벌회장 말 다르다』…美투자자 방문記파문

  • 입력 1998년 6월 5일 19시 30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투자유치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기업 투명성 제고와 재벌개혁을 다짐하는 연설을 한 뒤 대우그룹 김우중(金宇中)회장이 연단에 올라섰다. 김회장은 김대통령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연설을 해나갔다. 그는 ‘우리는 위기를 통해 더욱 팽창하려고 한다. 지금은 한국에 기회’라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에 대한 투자여부를 타진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미국인 투자자와 동행했던 경제전문 프리랜서 마이클 루이스의 르포기사(5월31일자 뉴욕타임스 선데이매거진)가 한국을 악의적으로 묘사, 교민들을 불쾌하게 하고 있다.

루이스는 김회장의 연설을 듣고 한국에 대한 1억1천만달러의 투자자본을 관리하고 있는 매티우즈 인터내셔널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전문 투자자인 마크 히들리와 폴 매티우즈가 “소름이 확 끼쳤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한국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의 재벌을 ‘거래해서는 안될 최악의 기업’이라고 매도하는가 하면 김회장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구소련 공산당의 늙은 말과 비슷한 존재’로 묘사했다. 또 “아시아의 몰락은 공산주의의 붕괴보다 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며 한국의 유일한 희망은 기업 주식의 반이 외국인에게 넘어가는 것이어서 금융위기를 서구자본의 제국주의적 지배음모로 규탄하던 서울이 지금은 한줌의 달러에 목매고 있다”는 등의 극단적인 표현을 마구 구사했다.

이 기사를 읽은 교민들은 “지나친 편견에 빠진 천박한 기사”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비흡연자인 외국투자자들 앞에서 줄담배를 피우는 한국인의 모습이나 투자에 필요한 기본 회계자료조차 제공하지 않는 기업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한국이 투자자들을 맞을 준비가 안돼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등 ‘아픈 곳’을 찌른 기사라는 평가도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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