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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5월 27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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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엔 일부 종합상사들이 1백40엔대 돌파를 전제로 한 수출확대 방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수출업계는 철강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우리 주력 수출품목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미달러에 대한 엔화환율이 1백40엔을 넘어서면 전체적으로 수주 및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있다.
▼전자 조선분야가 가장 큰 타격〓대일(對日)경쟁이 가장 치열하고 엔저 영향이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품목은 가전 분야. 현재 30인치 컬러TV의 경우 한국산은 일본제품보다 1백달러 싼 1천1백달러에 팔리고 있다. 엔화 환율이 1백30엔에서 1백40엔대로 진입하면 소니 등 일본의 브랜드파워에 밀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오디오 비디오 등 다른 가전제품도 10%의 가격차를 유지하고 있어 비슷한 위기. 주력 수출품목의 하나인 디지털무선전화기는 10달러 가격차를 보이고 있어 엔화가 1백45엔대까지 떨어지면 가격우위를 상실한다.
일본 기업들은 이미 동남아 현지에 세운 공장들이 현지 화폐가치 하락으로 원가감축에 성공, 향상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무차별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마지노 엔저선’은 1백40엔대.종합상사들은 가뜩이나 업체마다 수출실적을 올리기 위해 출혈 수주하고 있어 엔화의 추가절하는 조선업계의 수익성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는 ‘불행중 다행’〓일제자동차와는 목표고객층이 달라 엔화가치 하락이 당장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는 게 업계의 조심스러운 전망. 동급 차종간에도 20%이상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1백40엔대에도 버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남미 등 우리업체들이 ‘선전’하는 신규시장에서는 이미 일제차와 가격차이가 없어져 힘겨운 승부가 예상된다.
석유화학도 주력 동남아시장에 일본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아 큰 걱정거리를 덜었다. 다만 중국의 PVC와 고급수지 시장을 놓고 일본업체들이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공세에 나설 경우 우리 업체들 역시 출혈수출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
전체 수출의 12%(올해 4월까지 누계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우 국제시장에서 우리업체들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고 있어 아직은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 세계적으로 공급이 넘쳐나는 철강도 엔화가 1백45엔대까지 떨어지면 일본업체와의 신규시장 경쟁에서 크게 불리해지거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엔저 영향은 하반기부터〓엔저가 국내 수출산업에 광범위하게 악영향을 미치지만 그 시기는 하반기가 될 거라는 게 종합상사들의 대체적인 분석. 상반기 수출주문이 대부분 끝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 관계자는 “미국이 강력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한 엔화는 1백45엔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렇게 되면 원화환율 급등의 효과는 사실상 다 까먹는 셈이 되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