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G-SK구조조정]달러 적극 유치…「빅뱅」신호탄

  • 입력 1998년 5월 7일 20시 05분


《정부의 재벌개혁 요구에 따라 주요그룹들의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그룹에 이어 7일 현대 LG SK그룹이 일제히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그룹은 각각 20억∼85억달러의 외자유치 계획과 비핵심 계열사 매각 등 강도높은 핵심업종 및 계열사 축소 계획을 제시했다. 이들 그룹은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 현대 삼성 LG SK 등 4개그룹만 3,4년내 총 2백17억달러의 외자를 들여올 계획. 또 주요그룹들의 비핵심 계열사 정리와 자산매각 작업이 끝날 경우 각 그룹내의 후계구도 등이 가시화, 계열사 판도는 물론 전체 재계판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이번 개편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대적인 계열사 분리 매각 방침과 대규모 외자 유치 계획.

현대는 이날 그룹에서 분리할 9개사 가운데 일단 현대해상화재 금강개발 한국프랜지 등 3개사를 공개했다. 6개사는 추후 공개예정. 이와는 별도로 현대알루미늄과 현대투자자문 등 6개사의 합병 청산 절차가 현재 진행중이거나 완료된 상태.

이같은 구조조정은 4월말 현재 62개인 전체 계열사의 25%에 ‘칼’을 대는 ‘대변혁’이다.

현대는 구조조정 대상 계열사 선정에 대해 “비주력업종 정리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향후 ‘몽(夢)자’ 형제간 후계구도를 어느 정도 시사하고 있다.

현대해상화재는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7남인 정몽윤(鄭夢允)현대할부금융회장, 금강개발은 3남인 정몽근(鄭夢根)회장의 몫으로 분류돼 온 업체들. 따라서 이들 기업의 분리는 형제간의 분재(分財)구도가 차츰 가시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룹의 몸집을 가볍게 하면서 당분간 정몽구(鄭夢九) 정몽헌(鄭夢憲) 두 회장의 ‘투톱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두가지 포석인 셈.

85억 달러의 외자 유치 계획도 눈길을 끈다. 현대는 85억달러 가운데 내년까지 77억달러를 도입할 계획이라면서 “현재 세부조건을 협상중인 금액이 17억달러, 도입조건을 검토중인 금액이 53억달러”라고 밝혔다. 현대 관계자는 “7억달러에 매각한 심비오스건과 같은 수준의 큰 건이 몇개 진행중이며 곧 성사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주력업종으로 건설 자동차 전자 중화학 금융 및 서비스 등 5개 사업부문을 선정하면서 특히 타그룹에 비해 취약한 금융업에 강한 애착을 나타낸 것도 관심.

“그룹의 모태인 건설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핵심업종을 선택하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의 육성을 위해 금융산업을 동반 발전시킴으로써 제조업과 금융을 양축으로 하겠다”는 것. 핵심사업중 자동차 부문에 대해서는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에 적극 참여해 세계 10대 메이커로 도약시킨다”고 밝혀 기아자동차 인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현대는 또 새정부의 개혁요구에 적극 따른다는 모양새를 갖추는 데도 적잖은 신경을 쓴 눈치. 정명예회장과 정몽구회장 등이 2천8백19억원을 출자키로 한 것은 2월 사재(私財)출연 없이 넘어갔던 것을 뒤늦게나마 만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명재기자〉

▼LG그룹〓고수익 주력사업의 사업부나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점이 가장 주요한 골자. ‘몸통도 팔아치우라는’ 신정부의 요청을 상당 부분 수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까지 LG그룹은 사업구조조정 대상을 ‘한계사업’에 국한시켜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계사업을 사가려는 외국투자가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조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처지.

화학 전자 등의 지분을 매입한 외국투자가들로부터 “알짜사업부를 팔아치워 재무구조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드셌던 것으로 알려진다.

LG가 이번에 매각 또는 외국 지분유치 대상으로 꼽은 화학 통신 반도체 가전 산업전자 등은 그룹내 주력 사업. 6월중 외자유치가 성사될 것으로 공개한 △LG텔레콤의 개인휴대통신(PCS) △LG에너지의 민자발전 △LG산전의 산업전자 △LG화학의 카본블랙 등은 대표적인 알짜배기 사업부문들이다.

증시 관계자들은 특히 이번 구조조정 계획이 밝힌 외자유치 대상에 ‘화학’이 포함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LG화학내 수익사업인 생활건강부문의 매각과 뒤이은 LG석유화학과의 합병설이 증시에 심심찮게 떠다녔던 탓이다.

또 전자 관련 계열사의 통폐합과 LG텔레콤 LG정보통신 등 정보통신 업종 계열사의 향방도 주목거리다.전자 산전 반도체 정보통신 등 전자 계열사의 통폐합 문제는 워낙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상호지보 해소 등을 위해선 블가피한 선택’으로 내다보는 그룹 관계자들이 적지않다.

LG측은 그러나 “외국기업과의 협상내용이 알려지면 협력업체 등이 동요하고 협상도 차질을 빚는다”며 이같은 시각과 소문을 “근거없다”고 일축했다.

부채비율 200% 미만 축소나 상호지보 해소, 결합재무제표 작성 등은 다른 그룹과 별반 차이가 없다.

LG는 이번 구조조정계획을 통해 전자 화학 등 모태사업에 금융, 서비스 등에서 1,2개를 추가해 3,4개의 주력업종을 선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구본무(具本茂)회장이 줄곧 강조하는 ‘선택과 집중’의 경영전략이 신정부의 재벌개혁 드라이브에 밀려 가속이 붙는 셈. LG관계자는 “이같은 구조조정이 시행되면 현재 52개 계열사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래정기자〉

▼SK그룹〓현재 45개인 계열사를 내년말까지 상호관련성이 높은 주요 회사의 합병과 비핵심 계열사 매각을 통해 에너지 화학 정보통신 건설물류 등 4개 이내 핵심부문의 10여개사로 축소키로 했다.

SK는 또 2,3개 주요계열사의 5억달러 상당의 지분을 해외에 매각하고 핵심사업에 대한 15억달러 규모의 해외자본을 유치, 총 20억달러의 외자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유공에라스토머 유공몬텔 유공훅스 등 비핵심사업의 해외매각을 완료했으며 앞으로도 비핵심사업 및 자산매각을 통해 4억달러 상당의 유동성을 확보,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00%이내로 낮출 방침이다.

또 지배주주가 보유하던 관계사의 주식을 핵심기업에 현물출자하는 한편 향후 배당소득 등을 통해 증식되는 자산을 핵심사업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재계에서는 SK가 이처럼 강도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것은 그동안 구조조정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입장에서 벗어나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SK는 1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와 재벌총수가 ‘구조조정 5대과제’에 합의한 후 한번도 구조조정 계획을 공식발표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최종현(崔鍾賢)회장이 “보다 강도높은 내용을 발표하라”며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계열사를 10개정도로 줄이는 과정에서 정리해고 등 임직원들의 동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SK가 비교적 강도높은 계획을 발표한 것은 정부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성의표시로 받아 들여진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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