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재벌그룹 계열사들의 상호지급보증 채무를 신용보증 채무로 전환해 달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건의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결합재무제표의 도입도 당초 예정대로 2000년부터 도입, 99 회계연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임창열(林昌烈)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13일 “국제금융계가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재벌과 노동계의 개혁”이라며 “상호지급보증 해소는 문어발식 경영을 해소하려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임부총리는 “2000년 3월까지 상호지급보증을 완전해소하기 위해서는 재벌들이 지금부터 한계사업을 정리하는 등 준비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부총리는 “상호지급보증 해소과정에서 건전한 계열사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자연스럽게 신용보증 채무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며 “재벌들이 구태의연한 경영방식을 답습하거나 국민이 원하지 않는 길로 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재계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각종 법령을 정비하는 등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지주회사 설립도 중장기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호지급보증을 신용보증으로 전환해달라는 전경련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대그룹 부실 계열사의 빚 부담이 고스란히 금융권으로 전가되고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도 전경련의 요구에 대해 ‘고려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전경련의 요구는 문어발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것으로 개혁거부를 공식 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하고 “과다차입과 과잉중복투자로 외환위기를 초래한 재벌들이 경영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재경원은 전경련이 국제기준에 맞는 결합재무제표를 강조한데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재경원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한국과 같은 불투명한 경영형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합재무제표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국제기준에 맞는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자는 건의는 현행의 불완전한 연결재무제표를 유지하려는 속셈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