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변동환율제가 실시된 첫날인 16일 국내 종합상사와 제조업체 외환담당자들은 최악의 환위험에 노출되자 몹시 불안해 하는 분위기였다. 환위험을 회피할 대응수단이 현재의 금융여건에선 사실상 전혀 없기 때문.
그러나 이번 조치가 대외 신인도를 높여 외환시장이 안정될 경우 외화자금 쓰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았다.
㈜대우의 한 관계자는 『변동환율제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처럼 외환시장이 어려운 때 도입될 줄은 몰랐다』며 『한국은행 개입이 취약한 상황이라 최악의 환위험에 노출됐다』며 불만스런 반응. 현대종합상사의 관계자도 『당장 수출입신용장을 하루중 언제 은행에 들고가느냐를 결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며 난감해 했다.
무역업체들은 환율변동이 무제한으로 허용된 이상 지금까지의 환관리 기법을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당장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단기 무역금융 활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수입시엔 가능한 한 보수적인 환율을 적용, 원가를 산정한다는 게 기본전략이다.
삼성물산은 『경제기초가 호전할 때까지 얼마든지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할 수 있는 만큼 환거래로 이익을 낼 생각은 접어두고 최대한 위험을 줄이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도 『각 계열사 담당자들이 유기적으로 환율전망을 주고받는 등 종합적인 환리스크관리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LG그룹도 최근 환위험을 포함한 종합적인 유동성관리 전담팀을 발족시켰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유일하게 환위험을 줄일 수 있는 선물(先物)환시장이 사실상 형성되지 못해 기업들의 리스크관리는 중대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원화시장이 불안정한 데다 원화금리를 대표할 만한 금리지표가 없는 탓이다.
〈이영이·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