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변동환율제 전망]수급차질 해소… 위험부담 상존

  • 입력 1997년 12월 16일 07시 45분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대한 자금 지원문제를 논의하는 이사회를 여는 현지시간에 맞춰 15일 밤 10시경 자유변동환율제도로의 전환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자유변동환율제가 시행됨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상한폭까지 치솟으면서 거래가 끊겨 달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은 해소되게 됐다. 반면 지난달 20일 이후 하루 상하 10%의 변동제한폭에서 외환을 관리해온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외환 위험(리스크)도 무제한으로 커지게 됐다. ▼왜 갑자기 바꿨나〓IMF 이사회는 한국 등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관련, 새로운 긴급융자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정부가 갑자기 자유변동환율제로의 전환을 발표한 것은 IMF 이사회가 긴급융자제도를 신설, 한국에 대한 대기성차관 제공을 당초 일정보다 앞당기도록 하기 위한 노력으로 우선 해석된다. 재정경제원 김우석(金宇錫)국제금융증권심의관은 『15일 열리는 IMF이사회에서는 긴급융자제도만 논의되며 한국에 대한 안건은 올라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심의관은 『한국에 대한 안건은 1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논의된다』고 말해 자유변동환율제가 IMF로부터의 자금지원을 서둘러 받기 위한 조치임을 시사했다. 올해 우리보다 앞서 IMF로부터 대기성차관을 제공받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들도 환율제도를 자유변동환율제로 옮겨갔다. IMF는 국제수지가 악화할수록 환율이 올라 국제수지가 개선되는 시장 메커니즘이 작용하게끔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경원은 이와 관련, 『한국에 대한 대기성차관을 승인하기 위해 열린 지난 4일의 IMF이사회에서 이사들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자유변동환율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 제시된 바 있다』고 밝혔다. ▼자유변동환율 전망〓지난 12일부터 외환시장의 등락을 주시해온 재경원은 15일 환율이 하락제한폭까지 떨어지면서 외환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판단이 서자 이날밤 자유변동환율제 시행을 전격 결정했다. 이날 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1천5백93.90원(종가)으로 떨어졌다. 또 11월 경상수지가 93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흑자(6억달러)로 돌아서 국제수지 개선 조짐이 나타난 것도 이번 환율제도 대전환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재경원 김석동(金錫東)외화자금과장은 『IMF 자금이 차질없이 들어오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개방으로 외자 유입이 확대될 전망이어서 하루 환율변동폭을 폐지하더라도 환율은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은 한번 상승하면 여간해서는 떨어지지 않고 그 수준에서 고정되는 「하방경직성」이 있다. 환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에 환율변동폭을 철폐, 좀 더 낮은 수준에서 환율이 안정되기를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변동환율제 도입에 따라 환율이 계속 상한가를 치면서 거래가 중단돼 외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현상은 해소되게 됐다. 한편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외환 리스크 회피(헤지)를 위해 선물환거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전자유변동환율제는 아니다〓16일부터 시행되는 자유변동환율제는 미국 일본 등의 완전자유변동환율제와 달리 외환당국이 매일 매매기준율을 고시한다. 매매기준율은 은행이 고객과 거래하거나 재정지출 규모를 환산하는데 적용된다. 반면 미국 일본 등 매매기준율도 없는 완전자율변동환율제 하에서는 선발은행 관계자들이 매일 아침 모여 그날 외환을 사고 파는 기준환율을 결정하며 다른 은행들은 이에 따라 거래에 들어간다. 〈백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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