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담화 스케치]청와대 『내용 알맹이없다』걱정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9시 59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11일 오전 특별담화를 발표하면서 발표장에 출입기자들을 참석시키는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러나 스타일의 변화에도 불구, 담화에 알맹이가 없다는 점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비난여론이 거세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담화발표직전 김대통령은 춘추관 기자실에 들러 10여분간 환담을 나누며 『우리나라도 오늘 눈이 내린 것처럼 아름다운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착잡한 소회를 피력했다. 경제실정 책임론과 관련, 김대통령은 이날 『날마다 자신을 매질하고 있다』 『번민속에서 잠 못이룬 밤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며 강도높은 사과의 표현을 사용했다. 당초부터 이번 담화는 김대통령으로서는 「내키지 않는 선택」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3일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타결직후 담화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었으나 「11.22 특별담화」를 발표한 지 10여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일단 보류했다. 이후 실무선에서는 「담화 무용론」이 대세였으나 대통령의 직접사과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통과의례」 차원에서라도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 그런 점에서는 사과의 시점도 놓친 셈이다. 이날 담화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김대통령이 차기 당선자와의 「긴밀한 협의」를 공식적으로 밝힌 점이다. 김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도 『오래전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측은 대선이후 당선자측과 「정책협의기구」를 설치, 경제문제를 포함한 국정전반에 관해 협의해 나가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특히 심각한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당선자쪽에 그 어느 때보다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청와대측도 인정하는 분위기여서 「공동정권운영」에 가까운 협력체제가 될 공산이 큰 실정이다. 〈이동관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