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다시 살리자/전문가 처방]이필상/정부 반성부터

  • 입력 1997년 12월 2일 20시 03분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진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한보그룹 부도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를 어설픈 시장논리를 내세워 방치해왔다. 기아사태의 해결에도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보다 우선했다. 또 경제가 위기사태로 치닫는데도 「실물경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위기를 감추는데 급급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같은 잘못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책임을 진 뒤 기업과 국민에게 정부의 노력에 동참하도록 호소해야 한다. 정부의 잘못은 덮어두고 국민에게만 허리띠를 졸라매도록 강요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재정경제원 등 비대한 정부조직과 기능을 축소하고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할 일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긴급금융을 받아 금융위기를 넘기는 일이다. 금융위기를 넘긴 뒤에는 기업과 국민에게 우리 경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구조조정과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희망을 불어넣으면 경제는 다시 살아난다. 경제는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에 조금만 희망이 보여도 생동감을 되찾을 것이다. 정부는 또 기업들이 무차별적인 감원을 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기업이 무작정 인원을 줄이는 것보다는 임금을 내리거나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경제상황이나 고용구조에서 해고는 경제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실업자가 늘어나면 사회가 크게 불안해질 것이다. 한편 정치권은 금융실명제를 득표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이필상<고려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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