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부 『속 터지네』…기아에 허찔리고 美에 뒤통수맞아

  • 입력 1997년 10월 3일 19시 57분


「안에서 속고 밖에선 얻어맞고」. 기아의 기습적인 화의신청에 허를 찔렸던 통상산업부가 이번엔 막판에 입장을 바꾼 미국에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임창열(林昌烈)통상산업부장관이 미국의 슈퍼301조 발동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일(현지시간) 오전 데일리 미 상무장관의 집무실에서였다. 임장관은 데일리장관과 통상협력 증진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미 무역대표부(USTR)로부터 슈퍼301조 발동을 통보받은 실무자가 임장관에게 메모를 넣은 것. 공교롭게 같은날 현지에서 자동차 등 분야의 협력을 모색한다는 취지의 한미 기업협력위원회가 발족됐다. 그러나 슈퍼301조 발동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원회는 썰렁한 분위기 속에 파장했다. 슈퍼301조 발동은 당초 USTR 안(案)에 들어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장관도 USTR쪽에 한국 통산장관과 행사가 잡혀 있는 마당에 슈퍼301조까지 동원해서야 되겠느냐는 의견을 표명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30일 이후 갑자기 강경론이 득세, 슈퍼301조로 급선회했다는 것. 지난달 통산부는 기아와 채권은행단의 모임을 주선하면서 기아사태 해결을 기대했지만 기아는 며칠 뒤 화의를 신청, 중재 노력을 무위로 만든 바 있다. 임장관은 2일 한―칠레 통상장관 회담을 갖고 한―칠레무역산업협력 협정을 체결한 뒤 6일 서울에 돌아온다. 〈백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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