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새 유행 『튀는 제목으로 길∼게』

  • 입력 1997년 9월 19일 07시 53분


서울 동교동에 사는 주부 양모씨(25)는 최근 슈퍼마켓에서 「한눈에 반한 쌀」과 「햇살 담은 조림간장」을 선뜻 샀다. 쌀과 간장의 이름이라기엔 너무 「튀는」 상표에 반했기 때문. 독특한 브랜드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려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내의 향기」(세제) 「태양과 바다의 혜택」(보디클렌저) 「맑은 물 이야기」(섬유린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구) 「그 남자」(피로회복제) 「코끼리 곰 암소」(밀가루)…. 소설의 제목이나 시의 한 구절같다. 어떤 종류의 상품인지 언뜻 알기도 어렵다. 같은 품목을 생산하는 업체들간에 긴 상표 짓기 경쟁도 벌어진다. 「참나무통 맑은 소주」 「청산리 벽계수」 「깊은 산 속 옹달샘」 등의 소주 이름이 대표적인 경우. 이들 브랜드의 특징은 감성적 단어나 서술적 문구를 사용한다는 점. 기억하기 쉽도록 한 단어로 이름을 짓던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현상이다. 대중가요의 가사가 산문화하고 제목이 길어지는 것과도 맥이 통하는 현상이다. 「긴 브랜드」는 기업들의 상품 차별화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런 브랜드의 일부는 무슨 뜻인지도 모를 튀는 이름으로 일단은 눈길을 끌어 보자는 의도지만 때로는 긴 상표가 상품의 특성을 더 잘 설명할 수도 있다는 것. 제일제당의 섬유린스 「맑은 물 이야기」. 기존의 섬유린스가 불투명해 마지막 헹군 물이 뿌옇게 되기 때문에 주부들이 꺼림칙해한다는 점에 착안, 투명 액체로 만든 제품. 이 회사 마케팅팀 안지수씨는 『마지막 헹군 물이 「맑은 물」임을 강조한 브랜드가 주부들에게 쉽게 기억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상품에만 튀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아니다. 최근 PC통신에서는 「쥐덫에 걸린 얼라들」 「우리들의 조직엔 이름이 있다」같은 긴 이름의 모임이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카페나 음식점의 상호와 책 제목에는 몇년전부터 긴 이름이 유행하고 있다. 연예인이 운영하는 「학교종이 땡땡땡」같은 카페명이나 「형, 이건 연극이 아닌지도 몰라」 「하나도 안 유명한 영시기와 선엽이의 펄쩍펄쩍 뛰는 영어」같은 책 제목이 한 예. 브랜드업 컨설팅 대표 박영미씨는 『이색적인 브랜드 이름짓기가 유행하는 것은 제품의 특징을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그러나 제품명은 상품의 속성 등 기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추상적일 경우 제품의 종류를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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