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돈줄 죈다…기업 「추석 자금大亂」우려

  • 입력 1997년 8월 21일 20시 32분


제2금융권의 종합금융사들이 외화 및 원화 자금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보유 기업어음(CP)을 돌리는 등 자금회수에 나섬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추석 자금조달을 거의 포기한 상태다. 통화당국은 금융불안 해소를 위해 돈을 풀고 있지만 은행은 종금사들에 돈대주기를 기피하고 종금사들은 기업을 불신, 우선 자금회수에 치중하고 있어 돈이 기업에 흘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21일 증권시장에서는 모그룹 관계사가 종금사가 돌린 어음을 막지 못해 1차부도를 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그룹 계열 상장사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소문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지만 K, H, J 등 일부 종금사는 이날 이 회사 어음 20억∼30억원을 지급 요구한 것으로 확인돼 종금사의 무차별적인 자금회수 사실을 입증했다. C종금 관계자는 『외화자산 매각 등 나름대로 자구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종금업계 자체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면서 『우리가 망할 지경이어서 기업 사정을 봐줄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대출은 아예 전면중지 상태이며 어음 연장도 우량 거래처를 빼고는 해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L종금은 『CP 발행 기업의 자금 사정을 보아가면서 점진적으로 CP 회수에 들어갈 방침』이라며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업체가 1차 회수대상』이라고 밝혔다. K종금 관계자는 『만기 어음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고율의 추가 금리를 요구, 기업들 스스로 빠져나가게 유도할 것』이라며 여신 축소 방안을 설명했다. 어음 회수로 거래 기업이 문을 닫게 되면 종금사의 영업기반도 함께 흔들리지만 종금사들은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당장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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