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제 『거품 성장』…재고 1년새 24배 늘어

  • 입력 1997년 3월 20일 20시 09분


[백승훈기자] 지난해 우리경제의 성장내용은 「경기하강기의 거품성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작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하강국면을 반영해 전년 8.9%보다 낮은 7.1%를 기록, 외형상 연착륙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또 환율상승으로 95년수준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됐던 1인당GNP도 늘어났다. 그러나 성장내용을 보면 건전하지 않다. ▼거품성장〓실질성장률은 당초 예상치(6.9%)보다 높을 뿐 아니라 잠재성장률(6.8%)을 웃도는 수준이다. 분기별 성장률은 △1.4분기 7.8% △2.4분기 6.9% △3.4분기 6.5%로 낮아지다 △4.4분기에 7.2%로 높아졌다. 4.4분기가 높게 나타난 것은 쌀의 대풍작때문으로 이 요인을 제거하면 6.5%정도로 한은은 추정했다. 풍작요인을 빼면 연간 성장률도 6.9%로 줄고 작년 재고급증에 의한 성장률 상승요인 0.5%등 거품을 제거하면 지난해 성장은 6.4%에 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재고증가규모는 무려 2조3천3백3억원으로 전년(9백45억원)보다 24배가량 늘어났다. 우리경제의 경직성으로 경기하강기에도 재고 및 생산조정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약체질의 경제〓경기하강기에도 불구하고 총투자율은 38.6%에 달해 지난 91년(39.1%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총저축률은 34.6%에 그쳐 지난 87년 37.3%이후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저축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경상수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도 해외여행 사치성 소비재수입 등 소비성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金榮大(김영대)이사는 『경기가 나쁠때 기업들은 생산과 고용조정을 통해 군살을 빼고 근로자들도 임금인상을 자제해 전체적인 경제의 거품을 빼야 호경기를 대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부문별 성장률은 △제조업이 전년 10.8%에서 7.4% △건설업은 8.6%에서 6.7%로 △민간설비투자도 15.8%에서 8.2%로 곤두박질쳤다.서비스업은 10.1%에서 8.2%로 낮아졌으나 전체 GDP 성장률을 웃돌았다. ▼불황 장기화 우려〓재고누적과 교역조건악화로 인해 일반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지수경기보다 더욱 나쁜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2.4분기까지 성장을 떠받쳤던 민간소비증가율까지 둔화돼 경기침체는 예상보다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과거 경기순환상 20개월의 하강국면이후 회복국면으로 돌아섰지만 요즘은 경제주체들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아 경기회복이 더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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