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承勳·千光巖 기자] 한보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주총이 임박, 금융가가 뒤숭숭하다.
특히 은행감독원이 제일 조흥 외환 서울은행 등 한보철강 4대채권은행에 대해 정기주총을 특검이후로 연기하도록 조치해 메가톤급 인사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해당 은행들은 은감원의 이같은 「지시성(指示性) 요청」에 크게 반발하면서도 특검결과 문책범위가 어느선까지 가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은행은 10일 은감원이 주총연기를 공식요청함에 따라 당초 26,27일로 예정됐던 정기주총을 다음달 7일로 일단 연기했다.
조흥은행의 경우 10일 오전 이미지 실추와 해외공신력저하 등을 이유로 주총연기가 어렵다고 반발하다가 결국 은감원의 요청을 수용했다.
은감원 姜信景(강신경)부원장보는 『주총이 먼저 열리고 특검결과가 나중에 나와 선임된 임원들에 대해 징계가 내려질 경우 모양이 이상해진다』고 말했다.
이는 특검내용에 따라서는 은행장뿐아니라 부실대출에 관련된 임원까지도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특검결과 은행장과 임원들이 문책경고이상의 조치를 받을 경우 은행장과 임원의 연임 및 승진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특검결과 행장승격 1,2순위인 전무 감사 등이 징계를 받는 은행은 외부인사가 행장으로 영입되거나 상무가 행장으로 몇단계를 뛰는 「파격」이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80년대 초 영동개발사건때 조흥은행의 경우 임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임원들이 모두 퇴진했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번 특검결과가 인사에 미치는 영향이 의외로 클 가능성이 높다.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경우 이미 申光湜(신광식)행장이 구속돼 李世善(이세선)전무의 행장대행체제로 움직이고 있지만 행장승격 1,2위인 이전무와 洪泰完(홍태완)감사가 부실대출의 책임을 져야할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이전무는 전임 李喆洙(이철수)행장때부터 한보철강 대출에 관련돼 있는 상태.
제일은행은 특히 3명의 행장이 연속 불명예퇴진했다는 점에서 외부영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찬목행장이 구속된 조흥은행도 張喆薰(장철훈)전무와 蔡炳允(채병윤)감사가 공동책임을 져야할 처지.
선임상무인 許鍾旭(허종욱)상무도 한보철강 대출라인선상에 있고 허상무와 임원승진동기인 魏聖復(위성복)상무도 이전에 한보대출과 관련돼 있어 어느 선까지 징계대상일지가 관심사다.
외환은행은 張明善(장명선)행장이 검찰조사에서 무혐의로 풀려나긴 했지만 구속된 행장과의 형평성차원에서 거액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 장행장은 물론 전무 상무로 이어지는 결재라인의 문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은행은 한보관련 인사폭이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3년까지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이었지만 주로 한보철강 부산공장과만 거래해온데다 그뒤 여신을 대폭 줄여 다른 은행과는 전혀 다른 상황.
그러나 孫洪鈞(손홍균)전행장이 구속된 작년 11월부터 행장대행을 맡고있는 張滿花(장만화)전무가 그대로 행장에 선임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이같은 공동책임론에 대해 은행 내부에서는 부당하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거액 대출의 경우 이사회에서 결의하게 돼 있지만 대개 행장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결재라인에 있는 임원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