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내 주요국가들이 똑같이 극심한 정국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세르비아 불가리아 알바니아는 국민들의 반정부시위로 국기(國基) 자체가 위험할 지경이다. 크로아티아는 대통령의 건강 악화와 그이후의 후계구도가 혼미에 빠져들어 정정이 불안하다. 이 나라들의 시위촉발 직접이유는 각각 달라도 파탄에 이른 경제와 민주화에 대한 억압이 공통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른 한편 발칸의 작은 나라 슬로베니아는 모범적인 민주정치로 정국안정을 기하고 이를 경제발전으로 연결시키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칸 주요국들이 겪고 있는 정국불안의 배경을 알아본다.>>
▼세르비아-밀로세비치 독주 불만 3개월째 반정시위▼
[鄭星姬기자] 지난해 실시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정부의 무효화조치에 항의하는 반정부시위가 78일째 계속되고 있는 세르비아는 5일 마침내 정부가 야당의 승리를 인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민들의 노도와 같은 저항에 직면한 세르비아의 정정 불안은 쉽게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대통령은 지난 4일 의회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권고에 따라 지방선거 결과를 인정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채택할 것을 제안, 3개월에 걸친 범국민적 저항과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력에 굴복했다.이 법안은 지난해 11월17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베오그라드 니시 크라쿠예바츠 등 14개 도시 및 베오그라드내 8개 지역에서 야당연합 「자예드느」(함께)의 승리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신유고연방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세르비아는 그동안 종족분규로 인한 내전과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에 대한 지원 등으로 국력을 소진한데다 경제난 및 대통령의 독주가 계속돼 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거센 상태였다.
▼불가리아-조기총선 수용…시위 진정기미▼
구공산당의 후신인 사회당 정권의 실정에 반발, 조기총선을 요구하는 야당과 국민들의 폭발적인 저항이 한달여간 계속된 불가리아는 4일 집권 사회당이 정부 구성 포기와 4월 조기총선을 수용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사회당은 잔 비데노프 총리 정부가 지난해 12월 경제파탄 비난에 밀려 사퇴한 후 법으로 보장된 내년말까지 총선을 치르지 않고 사회당만으로 새정부를 구성하려고 함으로써 금년 초 시위를 촉발시켰다.
사회당의 재집권 구상으로 폭발된 불가리아 국민들의 불만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구동구권 중에서 유독 불가리아는 국영경제의 민영화에 주저함으로써 물가고 실업 등으로 국민경제가 이미 거덜난 상태였다.지난해 레프화의 인플레율은 310%에 달했으며 금년들어 시위가 계속되는 등 정국 불안이 겹치면서 물가는 수직 상승했다. 노동인구의 12.5%인 50만명이 실업으로 거리를 떠돌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예산의 절반이상을 외채를 갚는데 쓰고 있어 연금과 사회원조금도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알바니아-투자사 도산…국민들 폭력시위 확산▼
[權宰賢기자] 발칸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알바니아의 정국불안은 정치적 성격보다는 경제적 성격이 강하다.알바니아는 5일에도 남부 항구도시 블로러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돌을 던지며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물대포와 고무탄을 동원, 유혈진압에 나섰다.
2주일전부터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알바니아의 정권타도 구호는 동구권에 만연하고 있는 피라미드식 예금에 돈을 투자했던 국민들이 투자회사들의 예정된 잇단 도산으로 재산을 날리면서 터져나왔다.
현재 10여개 피라미드식 예금에 가입한 국민들은 3가구에 1가구 꼴.
그러나 알바니아의 반정부 투쟁은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에 대한 청산의지에서 비롯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바로 정권교체나 체제변동으로 이어질 확률은 희박하다.또 지난해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살리 베리샤 대통령은 오는 4월의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등 확고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하지만 그 시위양태가 가장 격렬하고 폭력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알바니아의 향후 정국변화야말로 가장 극적인 것이 될 공산이 크다.
▼크로아티아-대통령 「독재」한계 봉착▼
지난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민족분쟁에서 벗어난 크로아티아 역시 새로운 정치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군대와 각료들의 절대적 충성을 받고 있는 민족주의자 프라뇨 투지만 대통령은 최근 건강 악화로 카리스마를 상실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부터는 언론자유를 두고 격화된 국민들의 반정부 시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말 권위주의적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해온 「라디오 101」의 방송허가를 전격취소하면서 촉발된 자그레브 시민들의 항의시위는 크로아티아 사상 최대 시위인파인 10만명까지 동원했다.
투지만의 권위주의적 통치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과 민주화요구가 언론탄압 사태를 기화로 폭발한 것이다.정부도 결국 손을 들어 「라디오101」의 방송재개를 허가했고 이를 기점으로 언론의 대정부 비난이 불을 뿜고 있다.이런 크로아티아의 정국은 오는 3월의 지방선거와 올여름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아직도 투지만에 대한 향수와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남아있는 지방유권자들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슬로베니아-좌파연정 구성…개방정책으로 번영▼
[鄭星姬기자] 국민의 격렬한 반정부시위와 정정 불안으로 세르비아 불가리아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등 발칸반도내 4개국이 국가적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구동구권 국가로는 유일하게 민주주의와 경제번영을 구가하는 나라가 있다.
유고연방의 일원으로 아드리아해 깊숙이 자리잡은 슬로베니아가 바로 그 나라로 슬로베니아는 말썽많은 주변국들 사이에 「민주주의 섬」을 이루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인구 2백만명에 수도는 류블랴나.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집권한 자유민주당 당수인 야네즈 드르노브세크 총리(46)는 연금생활자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사회민주당 및 국민당 등 3개 당으로 좌파 연정을 구성했는데 야당측과 2석 차이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슬로베니아가 불안한 정국을 오히려 민주주의의 성공적인 정착으로 연결시킨데는 드르노브세크의 뛰어난 리더십에 힘입은 바 크다.
92년 자유민주당의 당수가 돼 지금까지 총리를 지낸 드르노브세크는 구유고시절에 물려받은 산업시설을 근대화하고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강력한 개방정책을 실시했다.이 결과 슬로베니아는 경제면에서도 EU 회원국중 빈국에 속하는 그리스나 포르투갈의 경제력을 넘어서는 등 이웃국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