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금융대개편/영국]소유제한 없애 대형화 유도

  • 입력 1997년 1월 8일 20시 18분


「런던=이진녕특파원」 영국이 경제력 쇠퇴에도 불구하고 「세계금융의 중심지」로서의 위치를 계속 고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해답을 적절한 금융개혁에서 찾고 있다. 개혁을 통해 세계금융의 변화와 흐름에 시의적절하고도 과감하게 대처해 왔다는 해석이다. 영국의 금융개혁은 크게 3개의 단계로 나눠 살필 수 있다. 1단계는 71년의 금융기관간 공정경쟁의 여건조성과 통화정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신통화조절방식의 도입. 2단계는 80년의 은행여신 규제를 위한 보완적 특별예치제도의 폐지와 일반상업은행에 대한 주택대출업무 취급 허용이다. 그러나 런던이 지금과 같은 금융중심지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빅뱅」(대폭발)으로 대변되는 86년의 혁신적인 금융규제철폐조치. 이는 당초 증권거래의 개혁을 목적으로 단행된 것이었지만 금융서비스법의 제정 등 다른 일련의 금융조치들과 맞물리면서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개방화 자유화 국제화 등의 지각변동을 초래했다. 「빅뱅」의 내용은 증권거래 업무와 증권사의 자격 및 소유제한, 수수료율 등에 관한 종전의 규제를 철폐하고 미국의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금융업종간의 진입장벽이 완화됨으로써 증권사, 거래소중개인, 상업은행 등의 전통적 구분이 깨지는 한편 합병 흡수 등을 통한 대형화가 가능하게 됐다. 이 결과 영국에도 BZW, S G 워버그, 카운티 낫웨스트, 쉬로더 등 대형증권회사들이 출현하게 된다. 그러나 변화의 물결속에 지난 95년 베어링 브러더스가 파생금융상품 거래와 관련해 무너지고 대형증권사의 90%가 주인이 바뀔 정도로 파란도 많았다. 영국회사들은 주로 거대자본과 첨단경영기법을 구사하는 미국과 유럽 등지의 선진금융회사들에 의해 흡수되거나 합병되는 신세에 처해졌다. 「빅뱅」은 당시 런던증권시장이 구태의연한 제도로 뉴욕 도쿄(東京) 등에 경쟁력을 잃어감에 따라 위기의식에서 단행된 것. 각종 규제철폐로 외국자본의 참여가 늘고 완전경쟁체제가 도입됨으로써 경쟁력은 향상됐으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영국의 금융자본이 미국과 유럽 등지의 금융업자들의 손에 넘어가는 부작용이 초래되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본력열세와 적응미숙으로 영국 금융자본의 주인이 바뀐 부작용 보다는 경쟁력 향상과 각종 금융기법의 노하우 축적으로 런던이 세계금융중심지의 위상을 되찾은 것이 빅뱅의 보다 큰 결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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