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을 흔들던 아이는 어떻게 천재 화가가 되었을까/장윤경 지음/236쪽·1만7000원·스미다
자폐성 발달장애를 지닌 아이가 영국 사치갤러리 작가가 되기까지, 만 15세의 색연필 작가 양예준 군과 어머니 장윤경 씨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예준 군의 그림은 안정감을 찾기 위해 손에 쥔 것을 끊임없이 흔드는 상동행동에서 시작됐다. 어머니 장 씨는 이를 멈추기보다 그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연필을 흔드는 대신 스케치북 위에서 마음껏 색을 흔들어 보게 한 것. 피할 수 없다면 함께 느껴 보고, 그 안에서 길을 찾겠다는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미술학원을 찾았지만 발달장애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미술을 정식으로 배운 적 없는 어머니는 결국 ‘엄마표 미술’을 시작했다. 예준 군은 하루 3시간에서 길게는 6시간 넘게 앉아 색연필을 흔들었다. 그렇게 9년. 반복되던 상동행동은 점차 화면을 채우는 손짓이 됐고, 무의미해 보이던 움직임은 표현이자 예술로 바뀌었다.
성과도 뒤따랐다. 예준 군은 2022년 영국 사치갤러리 청소년 참여 작가로 선정됐다. 국내 초중고교생 중 6명만 선발해 유명 작가들과 함께 전시에 참여하는 이 공모에서 색연필로 그린 오랑우탄 작품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된 것. 국내외 미술대회 70여 건 수상, 서울역광장 미디어 전시 참여, 서울 양천구 선정 작가 개인전 등 이력을 쌓았다. 흔들던 손이 관객을 불러 모으는 작품으로 이어진 셈이다.
공모전 심사 과정에서 어머니는 아들의 장애를 단 한 번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선입견 없이 작품 자체로 평가받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행동을 멈추게 하기보다 표현으로 바꿔낸 선택이 어떻게 한 아이의 세계를 넓혔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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