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단 1%의 틈이라도 찾아 쉴 수 있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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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100퍼센트의 휴식/박상영 지음/300쪽·1만6800원·인플루엔셜

현대인에게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이 가능할까. 일요일 오후부터 시름시름 월요병 증세가 도지고, 큰맘 먹고 해외로 떠난 휴가엔 중요한 업무 연락을 놓칠까 봐 휴대전화 로밍 서비스를 신청한다. 누워서 쉬면서도 문득 ‘이렇게 뒹굴다가 인생이 의미 없이 흘러가 버리는 건 아닐까’ 두려움이 몰려온다.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으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오른 저자는 심각한 번아웃을 겪었다고 고백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등단한 그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글을 썼고 단기간에 책을 두 권 내며 3년 만에 ‘투잡’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쓰기는 창조력에 과부하를 가져왔다. 저자의 정신건강의학과 주치의는 “언제나 맹수에게 쫓기거나 최선을 다해 사냥을 하고 있는 몸 상태”라며 생각을 멈추고 완벽한 휴식을 취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신에게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다. 그 대신 여행을 통해 ‘단 1퍼센트’의 빈틈이라도 찾아 휴식의 즐거움을 누려 보겠다고 다짐한다.

저자가 휴식하고 여행하면서 함께한 사람들, 그리고 자신에 대한 탐구와 감상을 담은 에세이다. 그는 “사실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고백하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더 예민해진 그의 감각이 독자에겐 읽는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를 꿈꾸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열렬히 일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는 그의 고백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단 1퍼센트#자신에 대한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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