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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못다녀가 울고간다”…조선군관의 한글편지, 보물 된다
뉴시스
입력
2022-12-29 09:58
2022년 12월 29일 0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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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낸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하면서) 울고 간다.”
문화재청이 29일 ‘나신걸 한글편지’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다.
나신걸 한글편지는 조선 초 군관 나신걸(1461~1524)이 아내 신창맹씨에게 한글로 써서 보낸 편지 2장이다.
나신걸은 조상대대로 무관직을 역임한 집안 출신으로, 편지를 썼을 당시 함경도에서 하급 군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2011년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에 있던 조선 시대 신창맹씨 그의 부인 신창맹씨의 묘에서 저고리, 바지 등 의복 28점을 비롯해 유물 13점 등 41점이 나왔다. 한글편지는 피장자의 머리맡에서 여러 번 접힌 상태로 발견됐다.
이 편지 내용 중 1470~1498년 동안 쓰인 함경도의 옛 지명인 ‘영안도(永安道)’라는 말이 보이고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한 시기가 1490년대라는 점을 통해 편지 제작 시기는 이 때로 추정된다.
나신걸은 편지를 아래, 위, 좌우에 걸쳐 빼곡히 채워 썼다. 이 편지에는 어머니와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 조선 시대 무관의 공식의복인 철릭 등 필요한 의복을 보내주고, 농사일을 잘 챙기며 소소한 가정사를 살펴봐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이 편지가 1490년대에 쓰였음을 감안하면,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불과 45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지역과 하급관리에게까지 한글이 널리 보급됐던 실상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 시대에 한글이 여성 중심의 글이었다고 인식됐던 것과 달리, 하급 무관 나신걸이 유려하고 막힘없이 쓴 것을 보면, 조선 초기부터 남성들도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음을 보여 준다.
문화재청은 “기존에는 조선 시대 관청에서 간행된 문헌만으로 한글이 대중에 어느 정도까지 보급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면, 나신걸 한글편지의 발견으로 한글이 조선 백성들의 실생활 속에서 널리 쓰인 사실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는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유물은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자료이자 상대방에 대한 호칭, 높임말 사용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다.
앞으로 조선 초기 백성들의 삶과 가정 경영의 실태, 농경문화, 여성들의 생활, 문관 복식, 국어사 연구에 활용될 가치가 있다. 훈민정음 반포의 실상을 알려주는 언어학적 사료로서 학술적·역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
문화재청은 나신걸 한글편지에 대해 30일간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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