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올라탄듯… 급상승 장면에 나도 모르게 의자 꽉 잡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위클리 리포트]‘완벽한 몰입’ 영화관 특별관 가보니
코로나 끝나자 체험형 영화관 인기
‘탑건’ 개봉으로 특수관 열풍 가속… 젊은층 ‘특별관 도장깨기’

《엔데믹 시대, 극장으로 돌아온 관객들이 체험형 특별관으로 몰리고 있다. 오감 체험이 가능하거나 압도적으로 큰 스크린을 통해 영화 속 세계에 온전히 몰입하려는 젊은층이 특히 많다. ‘탑건: 매버릭’은 이런 추세에 가속도를 붙였다.》

돌아온 관객들, 오감체험 영화 속으로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4DX스크린관 내부. 물, 바람, 향기, 진동, 번개, 안개 등 
21개 효과를 통해 관객이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영화 속 세계에 빨려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오감 체험 특별관이다. 
4DX스크린관은 이런 4D 효과에 정면과 좌우 등 3개 면에서 영상을 상영하는 기술을 더해 상영 시간 내내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CGV 제공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4DX스크린관 내부. 물, 바람, 향기, 진동, 번개, 안개 등 21개 효과를 통해 관객이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영화 속 세계에 빨려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오감 체험 특별관이다. 4DX스크린관은 이런 4D 효과에 정면과 좌우 등 3개 면에서 영상을 상영하는 기술을 더해 상영 시간 내내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CGV 제공
지난달 28일 ‘탑건: 매버릭’이 상영 중인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내 한 상영관. 평일 낮임에도 144석 중 7개를 제외한 좌석이 모두 차 있었다. 전투기 편대가 산과 충돌할 뻔한 위기를 넘기고 급상승하는 장면에서 좌석이 기울어지며 흔들리자 관객들은 자신들이 급상승하는 듯 팔걸이를 꽉 잡았다. 조종사들이 순식간에 몸무게의 9배에 달하는 중력을 받는 장면에선 의자의 진동, 바람 등 각종 효과가 더해졌다. 조종사와 함께 중력을 버텨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함이었다. 적 적투기 편대가 기관포를 퍼부으며 미 해군 전투기 편대를 위협하고 이에 섬광탄(플레어)을 투하하며 맞서는 공중전투 상황에선 천장 양쪽에 설치된 조명이 번개처럼 번쩍이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실제 공중전에 참가한 듯한 착각에 빠지기에 충분한 분위기였다.

이 상영관은 오감 체험 특별관인 4DX에 정면 스크린 외 좌우 벽면에서도 영상이 상영되는 스크린X 기술을 더한 4DX스크린관. 3개 면에서 영상이 나오는 데다 안개, 비, 물, 버블, 번개, 향기 등 21개 효과가 각 장면 특성에 맞춰 더해지면서 관객들은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에 들어간 느낌을 더 강하게 받게 된다. ‘탑건: 매버릭’ 중 눈보라가 치는 설산이 나오는 장면에서 이른 무더위를 잊고 한겨울 눈밭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이 덕분이었다.

이날 영화를 본 박지민 씨(33·여)는 “상영 시간 내내 전투기를 직접 타는 느낌이었다. 영화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유대웅 씨(39)도 “4DX스크린관은 처음인데 전투기를 타고 충돌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는 특별관에서 볼 계획이다. 이 영화는 IMAX에서도 한 번 더 보려고 한다”고 했다.
○ “영화로 들어오게 하라” 체험형 상영관 인기
엔데믹 시대를 맞아 관객들이 영화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달 영화관 관객 수는 1547만 명. 5월 1455만 명보다 100만 명 가까이 늘었다. 2020년 4월 월별 관객 수가 97만 명대까지 곤두박질쳤고, 불과 4월까지도 312만 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 보면 극장가가 팬데믹 이전의 영광을 거의 되찾은 셈이다.

영화관으로 돌아온 관객들은 여러 상영관 중에서도 오감 체험이 가능하거나 압도적으로 큰 스크린이 있어 현실세계와 분리된 채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4DX스크린관 같은 특별관을 눈에 띄게 선호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상영관 내 취식 제한이 풀린 직후인 5월 4일 개봉해 엔데믹 특수를 가장 먼저 누린 마블 대작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경우 개봉 1주 차 좌석 판매율은 CGV 기준 4DX관 47.3%, 4DX스크린관은 58.9%, IMAX관은 54%에 달했다. 일반관 좌석 판매율 27.5%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탑건: 매버릭’도 비슷했다. 개봉일인 지난달 22일부터 7일간 CGV 일반관 좌석 판매율은 16.1%에 그친 반면 4DX관은 42.2%, IMAX관은 41.1%였다. 실제 전투기를 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난 4DX스크린관 좌석 판매율은 64.7%까지 치솟았다. 롯데시네마의 대표적인 특별관인 월드타워 수퍼플렉스G의 5월 1일∼6월 26일 좌석 판매율도 일반관에 비해 10.2%포인트 높았다. 영화관이 옛 영광을 되찾는 데 있어 특별관이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두 영화를 일반관에서 본 이들 중에도 “특별관 좋은 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 일반관에 간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젊은층에서 특히 특별관 선호 분위기는 두드러진다. 젊은층은 코로나19 이전처럼 영화관을 습관적으로 가기보다는 모바일 기기나 TV로 즐기기에 한계가 있는 블록버스터 등의 콘텐츠에 한해 특별관을 찾는 모습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영화관을 가는 것.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영화관을 찾아 ‘탑건: 매버릭’을 봤다는 성기훈 씨(31)가 선택한 곳 역시 특별관인 CGV 스크린X관이었다. 그는 “팬데믹 기간 작은 화면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하는 게 습관이 된 뒤부터는 드라마 장르처럼 조용한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가지는 않게 된다”며 “‘탑건: 매버릭’은 영화관이 필요한 이유를 말해주는 대작인 데다 3면 스크린에 둘러싸여 영상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으며 몰입하고 싶어 특별관을 찾았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데믹이 끝나도 당시 쌓인 OTT 시청 습관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관객들은 ‘영화관에 어울리는 영화’를 더 엄격하게 구분해 영화관을 찾게 될 것인 만큼 영화관 업계도 이에 맞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 ‘특별관 도장깨기’ ‘N차 관람’ 열풍

젊은층의 특별관 선호 현상은 ‘특별관 도장깨기’ 문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상엔 ‘탑건: 매버릭’을 특별관의 성지로 꼽히는 ‘용아맥(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관)’ ‘영스엑(CGV 영등포 스크린X관)’ ‘용포디(CGV 용산아이파크몰 4DX스크린관)’ ‘수플G(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수퍼플렉스G관)’ ‘코돌비(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관)’ ‘남돌비(메가박스 남양주현대아울렛 스페이스원 돌비시네마관)’ 등에서 모두 봤다는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특별관별 장단점을 비교해 놓거나 특별관 내에서도 오감 체험이나 몰입에 가장 좋은 명당자리를 묻는 글도 넘친다.

지난달 28일 저녁 ‘탑건: 매버릭’을 4DX스크린관에서 보려고 CGV 용산아이파크몰을 찾은 관객 박예송 씨(30·여)는 “4DX스크린관에서 봐야 한다고 추천하는 사람이 많아서 일단 이 포맷으로 영화를 한 번 보고 주 후반에 IMAX로 한 번 더 볼 계획”이라며 “표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웠는데 운 좋게 괜찮은 자리를 구했다”고 했다.

‘특별관 도장깨기’를 통한 ‘N차 관람’은 영화관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GV 일반관 관람료는 1만5000원이지만 IMAX는 주말 프라임석 기준 2만2000원이다. 5월 극장 전체 매출액은 전월에 비해 396% 폭증한 1507억 원을 기록했는데, 지난달엔 관객 수 증가와 특별관 인기, N차 관람 추세에 힘입어 이보다 더 늘어난 158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직전이던 2020년 1월 1437억 원을 웃도는 수치다.

극장가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이달에는 특별관 상영에 적합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면서 더 높은 몰입도와 체험 효과를 원하는 관객들이 특별관을 더 많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각 영화관의 특별관 상영이 예정된 영화는 마블 대작 ‘토르: 러브 앤 썬더’,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그린 음악영화 ‘엘비스’를 비롯해 ‘도둑들’ ‘암살’ 등 천만 관객 영화를 두 편이나 만든 최동훈 감독의 복귀작 ‘외계+인’, 국내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 흥행 기록(1761만 명 관람)을 세운 영화 ‘명량’ 후속작 ‘한산: 용의 출현’ 등으로 화려하다. 팬데믹 이후 영화관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을 중시하게 된 젊은층이 특별관을 중심으로 극장에 몰리면서 극장은 팬데믹 이전 모습으로 회복되는 것을 넘어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화관 업계는 이런 흐름에 따라 관객들의 체험 및 몰입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특별관 확장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전국 17개 극장에서 IMAX관을 운영 중인 CGV는 7월 충북 청주와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등에 IMAX관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올 하반기(7∼12월)에는 대구에도 IMAX관을 개관한다. 롯데시네마는 세계 최대 스크린으로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공식 인증을 받은 월드타워 수퍼플렉스G관의 음향시스템과 좌석을 개선하는 등 관객 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극장을 테마파크처럼 관객들이 신나게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건 꼭 필요한 전략”이라며 “영화관이 팬데믹 이후에도 유효한 공간이라는 판단에 따라 집이나 모바일 기기로 경험할 수 없는 극장만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스크린 3개 이어 69m… 천장까지 연결 ‘꿈의 영화관’도 성큼


‘실감나는 영화관’ 진화 어디까지
좌우 스크린 각도 넓혀 현장감… 모션체어도 더 자연스럽게 개선
영화 제작단계부터 극장과 협업… 공포감 극대화 특수효과 살려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주인공 매버릭 역의 톰 크루즈가 전투기를 타고 비행하는 장면. 정면과 좌우
 3개 면에 스크린이 설치된 스크린X관에서는 전투기 뒤로 보이는 광활한 설산이나 구름이 빽빽한 푸른 상공이 더 넓고 생생하게 
펼쳐진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주인공 매버릭 역의 톰 크루즈가 전투기를 타고 비행하는 장면. 정면과 좌우 3개 면에 스크린이 설치된 스크린X관에서는 전투기 뒤로 보이는 광활한 설산이나 구름이 빽빽한 푸른 상공이 더 넓고 생생하게 펼쳐진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영화 팬들 사이에서 ‘영스엑’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영스엑’은 서울 영등포구 ‘CGV 영등포 스크린X관’의 줄임말. 스크린X관은 정면과 좌우에 스크린이 설치된 다면 스크린특별관을 말한다. 전국 50개의 스크린X관 중 유독 ‘영스엑’이 인기인 이유는 CGV가 CGV 영등포의 스타리움관을 ‘스크린X PLF(Premium Large Format)’로 이달 개조했기 때문이다. 기존엔 좌우 스크린에 영화관 벽면을 활용했는데 ‘영스엑’은 실버스크린을 설치해 화면의 선명도를 높인 것. 정면 스크린의 가로 길이는 25m, 좌우 스크린 길이는 각각 22m로 총 69m에 달한다.

상공에서의 비행 장면이 압권인 ‘탑건: 매버릭’ 개봉은 ‘영스엑’을 향한 관객들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 영화 커뮤니티에서는 ‘영스엑’과 ‘4DX’ 버전의 ‘탑건: 매버릭’ 관람 후기가 연일 화제다. 6월 29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만난 방준식 CJ 4D플렉스 콘텐츠비즈팀장은 “기존 스크린X관의 정면과 좌우 스크린 사이 각도는 90도였으나 영스엑은 이보다 15도 더 각도를 넓혔다. 관객 입장에서 더 확장된 화면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탑건: 매버릭’처럼 체험형, 몰입형 영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극장들이 직접 나서 ‘특수관 맞춤형’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공연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공연장에서 공연을 직접 즐기지 못하자 스크린X, 4DX 기술을 접목한 콘서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 방탄소년단(BTS)을 시작으로 아이즈원, 블랙핑크, 몬스타엑스 등 아이돌의 콘서트가 극장용 콘텐츠로 제작돼 개봉했다. 음악에 맞춰 모션체어가 움직이고, 무대 분위기에 맞게 향기나 안개 효과도 들어간다. 좌우 스크린에 꽉 찬 관객은 실제 공연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방 팀장은 “콘서트 실황을 본 후 영화관에서 한 번 더 보는 게 팬덤 문화로 자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봉한 공포영화 ‘귀문’은 제작 단계부터 연출진과 극장이 협업에 나섰다. 기존에는 완성된 영화 콘텐츠에 CJ 4D플렉스가 후반 작업을 진행했지만 귀문의 경우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별관의 효과들을 스토리보드 단계부터 협의했다. 방 팀장은 “영화를 처음 제작할 때부터 놀이공원의 귀신의집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자는 목표를 세웠다”며 “폐쇄된 수련원이 배경이기 때문에 좌우 스크린이 있는 스크린X관에서 감상했을 때 실제 수련원에 갇힌 듯한 공포감을 훨씬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4DX관의 경우 실제 그 안에 있는 듯한 촉감을 주기 위해 수련원 문이 열릴 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거나, 피가 튀는 장면에서 물이 분사되는 효과를 넣었다.

극장 기술의 진화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스크린X관의 스크린 수는 정면과 좌우의 3개 면이지만 그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2020년 CJ 4D플렉스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중앙과 좌우에 더해 천장까지 총 4개 면에 스크린을 접목한 ‘4DX스크린’ 상영관을 선보였다.

4DX관도 변모를 꾀하고 있다. 4DX관의 경우 모션체어의 움직임 범위를 넓히고, 더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하는 게 숙제다.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 ‘4DX스크린’ 상영관의 일부 모션체어에는 기존 6방향 움직임과 더불어 좌석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회전하는 기능인 ‘스웨이&트위스트’ 기능이 접목됐다. 안개가 스크린을 가리지 않도록 하거나, 천장에서 눈이 더 은은하게 떨어지도록 하는 등 환경효과도 개선하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영화관#특별관#도장깨기#특수관#엔데믹 시대#극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