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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늦가을 타닥타닥… ‘숲멍’ ‘불멍’ 어때요?”

입력 2021-11-05 03:00업데이트 2021-11-0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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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그린랩’-당진 ‘비채카페’ 등
숲-불 보며 멍때리는 카페들 인기
고요 속 고민-마음 비우며 힐링 즐겨
이 카페 2층에서 대화는 금물이다. 지인과 함께 갔더라도 멀찍이 떨어져 앉아야 한다. 커다란 좌식 쿠션 의자에 몸을 기댄 다음 할 일은 앞을 보는 것. 한쪽 벽면 전체에 난 통창에 서울숲의 늦가을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고요 속에서 그저 멍하게…. 눈은 숲과 단풍으로 채우고 마음은 비워내면 된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 입구에 위치한 카페 그린랩은 ‘숲멍’(숲을 보며 멍 때리기)으로 유명한 공간이다. 가을 단풍이 절정에 달하는 11월 초는 숲멍에 더해 ‘단풍멍’까지 하며 머리 식히기에 가장 좋은 시기. 해가 바뀐 이후 만 10개월간 쌓인 스트레스로 머릿속이 포화 상태가 되는 때이기도 하다. 이 시기엔 루프톱까지 총 3층인 이 카페에서 침묵과 ‘멍’의 공간인 2층 스튜디오의 여섯 자리는 늘 만석이다.

‘멍 비용’은 1시간 반에 1만9000원. 호박팥차, 장미차 등 음료 한 잔과 시집이나 에세이 등 대여용 책 한 권, 미니 생화다발, 편지지, 신발주머니 등이 포함된 가격이다. 멍을 때리다 떠오르는 생각은 라탄 바구니에 담아주는 편지지에 끄적거리면 된다.

강원 춘천시의 카페 베이크포레스트에서는 통창을 통해 단풍 든 대룡산 절경을 미술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다. 베이크포레스트 제공
강원 춘천시 원창고개에 자리 잡은 베이크포레스트도 가을 숲멍 명소로 꼽힌다. 이 카페에서는 1, 2층 사방에 난 통창을 통해 단풍 든 대룡산 절경을 볼 수 있다. 저마다 조금씩 다른 가을 풍경을 담아내는 각각의 통창은 미술작품 같다. 카페는 동남아에서 들여온 라탄 소재 의자와 조명으로 꾸며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 지역의 대형 숲속 카페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쑥으로 만든 포레스트 라테와 쑥 케이크를 먹으며 숲멍을 하다 보면 쫓기던 마음은 어느새 휴양지에 온 것처럼 여유로워진다.

마음에 스민 냉기를 온기로 바꿔줄 ‘불멍’ 카페도 인기다. 충남 당진시의 비채카페는 카페 정원에 불멍존 4곳이 있다. 사방이 트인 ‘오픈존’ 2곳과 달리 ‘시크릿존’ 2곳은 빨간 벽돌을 쌓아 만든 허벅지 높이의 벽으로 사방을 에둘러 놓아 한층 비밀스럽게 불멍을 즐길 수 있다. 주말 기준으로 4명이 3시간 동안 불멍을 즐기는 비용은 4만 원. 음료나 구워 먹을 고구마, 마시멜로 등 간식은 따로 주문해야 한다. 이 카페의 매력은 직접 팬 소나무 장작을 화로에 넣어 불을 피워 준다는 것. 소나무가 타며 나는 특유의 ‘타닥타닥’ 소리와 가을밤을 가득 채우는 송악산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캠핑의자에 앉아 불을 바라보면 뒤엉키고 널뛰던 마음도 차분해진다.

부산 동래구에 자리한 카페 퍼사운즈에서 대형 스크린의 모닥불 영상을 보며 ‘불멍’ 하는 손님들. 퍼사운즈 제공
부산 동래구의 카페 퍼사운즈는 진짜 불 대신 불영상을 보며 불멍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가로 300cm 길이의 스크린 두 개를 이어 붙인 600cm 길이 스크린에선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모닥불 타는 영상이 반복해서 나온다. 스크린 앞에는 6∼8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영상 속 모닥불에 집중하며 생맥주나 커피를 마시다 보면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않고도 근심이 줄어드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베이크포레스트, 퍼사운즈의 음료 가격은 일반 카페와 비슷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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