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한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독일어 몽골어 중국어 등 최소 9개 언어(본문 내용 기준)를 익힌 미국인 언어학자의 외국어 학습 체험기다.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지낸 그는 책 전체를 영어가 아닌 한글로 썼다. 언어 천재의 팁이 일반인에게 얼마나 유용할까 싶지만 책은 ‘영어 완전정복’류의 단순한 실용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유용한 팁이 없는 건 아니니 안심하시라.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의 솔직한 실패담이었다. 그는 한국인 여러 명과 모인 자리에서 이들 사이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해 슬럼프에 빠진 경험을 털어놓는다. 그는 “모른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 그냥 같이 웃고 넘어가면서도 속으로 우울해지곤 했다”고 고백한다. 여러 언어 익히기를 즐기는 언어학자마저 외국어 학습의 길은 지난한 셈이다.
저자는 다독 과정에서 실용적인 팁을 제시한다. 학습자가 관심 있고 읽고 싶은 텍스트를 골라 읽어야 효과가 좋다는 것. 특히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읽는 도중 맥이 끊길 정도면 과감히 해당 텍스트를 버리라고 조언한다. 관건은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꾸준히 외국어 텍스트를 접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입시용 텍스트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학습이 가능한 사회인의 외국어 학습이 되레 유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영어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40대 이상 중년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