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車가 집이 된 사람들… 길 위에서 희망을 찾다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4-03 03:00수정 2021-04-03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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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제시카 브루더 지음·서제인 옮김/440쪽·1만7500원·엘리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홈리스’라 부른다. 새로운 노마드들은 그 꼬리표를 거부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아주 간단하게 ‘하우스리스’라고 칭한다.’

홈리스와 하우스리스.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두 단어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생겨난 미국 신종 노마드들은 엄격하게 나눈다. 그들에게 전통적인 형태의 콘크리트 벽과 기둥으로 된 집(하우스)은 없지만, 밤에 몸을 뉘여 잠을 자고 식사하는 공간으로서의 집(홈)은 있다. 이들에게 집은 밴이나 레크리에이션 차량(RV) 혹은 픽업트럭이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차를 집 삼아 거리를 유랑하는 노마드들을 3년간 밀착 취재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타격을 입은 이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고 변화했는지 분석했다.

책의 중심에는 64세의 린다 메이가 있다. 메이 역시 상승하는 집세와 저임금에 시달리다 거리의 삶을 택한 이들 중 하나다. 그는 자신의 집인 노란색 트레일러를 타고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떠돈다. 국유림의 캠프장 관리직부터 연말 성수기에 맞춰 노마드들을 고용하는 아마존 물류창고 생산직까지 이들은 거리를 유랑하며 일한다. 저자는 갖가지 사연으로 길 위에서 살게 된 이들을 보여줌으로써 시스템 붕괴가 가져온 재앙을 개인이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미국의 현실을 드러낸다.

이 책은 길 위에서의 삶이 단순히 생존만을 위한 여정이 아님을 조명한다. 노마드들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뜻하지 않은 행복과 마주하기도 한다. 밴을 꾸미고, 새로운 노마드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상처와 추억을 공유한다. 타이어에 펑크가 나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서로를 돕는 모습을 통해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노마드들의 낙천성을 아름답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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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계 미국인 여성 감독 클로이 자오가 연출하고,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 작품상 등을 휩쓸었다. 25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도 노미네이트됐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홈리스#길 위#노마드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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