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뭐입지?]‘아재템’서 ‘잇템’으로 급부상… 아노락! 일교차를 부탁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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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매거진Q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 늘며, 편안한 ‘스테이홈’ 스타일 유행
홈웨어 위에 가볍게 걸치기 좋아… 방풍-방한 기능으로 간절기에 유용

빈폴스포츠의 아노락 제품.
빈폴스포츠의 아노락 제품.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꽃망울이 맺히는가 싶더니 어느새 꽃이 진 자리가 푸릇푸릇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고 있는 때만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집밖으로 나가 자연과 계절을 즐겼을 완연한 봄이다. 불필요한 외출을 줄이며 집에 오래 머물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 안의 삶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해시태그들을 살펴보니 전 세계가 집 안에서 즐길거리를 찾고 있는 듯하다. #STAY_HOME #HAPPY_AT_HOME #달고나커피 #콩나물키우기 등 일상을 즐겁고 보람되게 보내기 위해 꽤 정성이 드는 소소한 도전들을 인증하며, 꽃놀이 대신 집 안에서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저마다 노력 중이다.

패션은 사람들의 생활방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까지 열풍이었던 1980, 1990년대를 회고하는 레트로 무드와 스트리트 무드는 그 영향력이 줄어들고, 우아하고 클래식한 테일러드 무드가 강력해질 것이라던 올봄의 트렌드 전망은 사회적 거리가 강조돼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무색해졌다. 슬기로운 재택생활 열풍인 지금, 잘 재단된 테일러드슈트를 대신하는 가장 트렌디한 아이템은 아웃도어 패션에서 온 편안하면서도 기능적인 상의 ‘아노락(Anorak)’이다.


빈폴 890311 라인의 아노락 제품.
빈폴 890311 라인의 아노락 제품.
아노락은 그린란드에 살던 이누이트족이 눈보라를 피하기 위해 입었던 큼직한 후드가 달린 모피 방한 외투에서 유래됐다. 아노락은 일반적으로 가슴 부분까지만 열린 풀오버 스타일로 후드와 큰 주머니가 달린 윈드브레이커를 지칭하지만, 최근에는 후드 유무나 앞자락의 개폐와 관계없이 산행이나 스포츠를 즐길 때 입는 모자 달린 경량 재킷을 통칭한다. 최근 패션시장에서 가장 위축된 아웃도어 카테고리에서 유래한 ‘아노락’은 어떻게 ‘핫 아이템’으로 부상하게 된 것일까? 그것도 너나 할 것 없이 인도어 라이프를 권하고 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말이다.

첫 번째 이유는 ‘스테이홈’ 스타일의 급부상이다.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하는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집 근처에서 간편하게 입는 ‘원마일웨어’가 근거리 간단한 외출까지 두루 가능한 ‘투마일웨어’로 진화하고 있다. 집에서 입던 차림 위에 가볍게 걸치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후드 달린 맨투맨, 후디와 트레이닝 셋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에잇세컨즈의 아노락 제품.
에잇세컨즈의 아노락 제품.
특히 아노락은 인도어 피트니스룩인 필라테스 레깅스가 데일리 아이템으로 범용성을 넓혀가고 있는 요즘, 레깅스와 찰떡 코디를 자랑하며 오버사이즈 후디의 대체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스타일링 방식 또한 더욱 대담해져,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도 아노락을 오버사이즈 재킷 안에 셔츠 대신 받쳐 입는 믹스매치 룩을 선보이곤 한다. 런웨이에서처럼 잘 재단된 테일러드 팬츠와 함께 매칭해 스포츠 쿠튀르 무드를 연출할 수도 있다.

아노락의 방풍, 방한 기능성이 간절기에 잘 어울린다는 점도 인기의 비결이다. 시간 장소 상황(TPO)을 고려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등산복 차림을 고수하며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던 중년 ‘아재’들의 아이템인 아노락은 일교차가 심한 도시의 아침, 저녁에 가볍게 걸쳐 입기에 적절하다. 알록달록 다양한 컬러 배색으로 눈길을 끌던 아웃도어 브랜드의 상품과 달리 최근 스포츠 브랜드나 캐주얼 브랜드에서 출시되는 아노락은 세련된 컬러 코디에 어울리는 블랙, 화이트, 네이비, 베이지 등 차분한 컬러 위주로 출시되고 있다. 같은 컬러나 조화로운 컬러의 캐주얼 팬츠, 버킷 햇과 스냅백 등의 모자와 함께 매칭해 트렌디한 스트리트 룩을 완성할 수 있다.

집 안에 머무르기에 지친 사람들이 야외의 청정지역으로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길어지는 재택생활에 대한 반발 심리로, 인파에서 격리되어 호젓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나홀로 등산족’이 등장하면서 아웃도어 열풍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이래저래 아노락은 한 벌쯤 있어야 하는 올봄 핫 아이템이 되었다. 하루빨리 지겨운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 아노락 패션을 도심이 아닌, 신록이 푸르른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스타일매거진q#스타일#패션#아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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