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리’ 곽경택 감독 “메간 폭스와 작업 긴장…어느 순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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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8일 1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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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코리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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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하 ‘장사리’)은 그 어느 작품보다도 곽경택 감독의 많은 고민이 담긴 작품이다. 영화는 한국전쟁 중 기울어진 전세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었던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양동작전으로 진행된 장사상륙작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평균나이 17세, 훈련기간 단 2주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된 772명 학도병들의 이야기가 전면에서 그려진다.

곽 감독이 영화의 연출을 맡게 된 계기는 “이 나이되도록 이런 걸 몰랐다니 미안했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장사리’는 안타고니스트와의 극적인 드라마 대신 학도병들의 희생과 그들의 처절한 서사로 채워졌다. “희생한 분들이 있어 대한민국에 평화가 있다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학도병들에게 헌사하고자 했던 곽 감독의 진정성 어린 영화를 통해 전달된다. 곽경택 감독을 만나 ‘장사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민호(최성필 역)의 활약은 어땠나.

▶저는 사실 아이돌을 잘 모른다. 누군가 이슈가 되면 우리 애한테 물어본다. 누구냐고.(웃음) 처음에 민호라는 친구와 미팅을 했다. 그전에 찍은 영화를 봤다. 그렇게 (연기가) 나쁘진 않은데 눈이 너무 크더라. 민호 군한테도 눈이 너무 커서 솔직히 걱정이 된다 했다. 자기는 할까말까 고민하러 왔는데 얼떨결에 하겠다고 했다. 물론 아이돌이라 선입견이 분명히 있지만 반듯한 용모가 좋았다. 카메라에 넣어보니까 눈이 그렇게 크지 않아 다행이었고, 오히려 큰 눈망울을 이용하면 슬픔 더 보여줄 수 있겠다 생각했다. 후반부의 연기는 굉장히 잘했다고 본다. 극 중 민호가 사촌과의 일을 겪고 박찬년(곽시양 분)에게 임무 다하지 못했다 보고할 때 나도 너무나 뭉클했다. 만약에 이번에 평가를 제대로 못 받는다면 다음 작품에서 또 한 번 붙어보고 싶은 욕심 나는 배우다. 태도도 너무 좋다.

-김성철의 기하륜 캐릭터가 강렬하다. 기하륜 캐릭터는 학도병 무리들에서 어떻게 기능하는 캐릭터로 봐야 할까.

▶‘삐뚤이’다. 이 학도병들과 비슷한 나이에 남한으로 넘어온 우리 아버지가 9남매 중에 넷째시다. 바로 밑에 동생이 하륜이처럼 그렇게 자랐다. 어릴 때 친척 집에 보내졌다가 다섯 살에 돌아왔는데 집에서 그렇게 미워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 아버지 말씀은 ‘제 자식은 역시 제 손으로 키워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다녀온 자녀는 내 자식으로 인정이 안 되나 보더라. 그렇게 삼촌을 하륜이에게 투영해보자 했고, 삐뚤이 같은 성격을 인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기하륜이 자칫 비호감으로 비쳐질 수 있었다.

▶성철이에게도 ‘하륜이는 그렇게 최대한 계속 못 되게 가자’고 했다. ‘하륜이는 마지막에 죽을 때, 그때 불쌍하면 된다고 그 전에는 애처로운 인물도 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 네 캐릭터는 완성된다’고 했다.

-김명민의 분량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김명민씨가 가져가는 드라마의 배분을 굉장히 잘 했어야 했다. 역할 배분하는 데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촬영까지 했는데 편집 과정에서 날린 적도 많았다. 재판 장면도 좀 더 길었는데 절반만 썼다. 김명민씨에게도 카메라의 미세한 느낌 때문에 연기를 다시 요구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정말 미안했다. 개태(이재욱 분)에게도 미안하다. 굉장히 열심히 찍었다고 생각한 꿈 장면이 있었는데 고민하다 결국 편집했다. 개태는 꿈 장면이 있어야 완성되는데 미안하다.

-김명민은 이명준 대위를 연기하면서 ‘이 캐릭터를 죽여달라’고 했다고 했다.

▶나는 극적으로 할 수 없겠더라. 실존인물인 이명흠 대위는 연세가 들어서 돌아가실 때까지 군번을 찾아주는 일을 하셨다. 본인이 대령이 된 이후에도 호의호식 하지 않고 군번 찾아주는 일을 끝까지 하셨다. ‘이 분의 실제 마음은 괴롭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평생을 죄의식에 시달리며 사셨을 거라 생각하니 그렇게 (캐릭터를 죽일 수) 할 수 없었다.

- 메간 폭스와의 작업은 어땠나.

▶메기라는 인물은 미국의 스타가 아니라 무명의 배우가 하면 어떻겠나 했다. 하지만 저보다 훨씬 마케팅 감각이 앞선 정태원 대표가 ‘유명 스타가 캐스팅이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만약 우리가 제시한 이야기에 동의해준다면 인지도가 있는 게 낫지 않나’라고 했다. 메간 폭스가 설마 하겠나 했는데 덜컥 하겠다고 한 거다.(웃음) 큰일 났다 했다. 메간 폭스가 처음엔 장염도 걸리고 컨디션이 안 좋아서 촬영을 연기해달라고 했는데 우리는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몸이 힘든 상태로 촬영에 왔는데 생각보다 정말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다.

-메간 폭스가 톱스타라 작업하기 까다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할리우드 스타인 데다 장염까지 걸렸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난 얼마나 긴장했겠나. (웃음)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눈빛이 통하는 게 있었다. 모니터 보고 있다가 내가 급해서 한국어로 디렉션을 하면 본인이 통역 거치지 않고도 ‘오케이(OK)’라고 하면서 연기하더라. 그 순간부터는 굉장히 좋았다. 원래 좋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실망을 주는 것 보다 반대되는 사람과 통했을 때 더 좋지 않나.

-곽경택 감독이 ‘장사리’를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희생한 분들이 있어 대한민국에 평화가 있다는 것이다. 그분들 덕에 각자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고, 우리는 이제 이런 나라를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이 정태원 대표와 딱 맞았다.

-대한민국 감독들 중 다양한 장르, 다양한 이야기를 연출할 수 있는 감독 중 한명이다. 여전히 갈증을 느끼는 작업이 있다면.

▶늘 새로운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전 제가 아티스트라 생각 안 한다. 이야기꾼이라 생각한다. 강의를 준비하다 어느 학생이 ‘감독님 연출이 뭡니까’ 하면 뭐라 해야 할까 싶어 사전을 찾아본 적이 있다. 영영 사전에 ‘새로운 것, 진실을 찾는 행위’라고 하더라. 항상 ‘뉴(NEW)’가 적용이 되는 게 이 직업이다. 사람들에게 계속 박수를 받고, 공감을 받을 때는 진실한 것을 만들었을 때다. 페스티벌도 그렇고 흥행도 그렇고 두 가지 중 하나는 분명히 (결과로) 있어야 한다. 그래야 관객들을 만나는 가치가 있다. 내가 그런 기준으로 작품을 만들어왔나 돌아봤고, 어렵지만 한번 파봐야겠다 했다. 그런 작업이 계속 있다면 에너지가 생길 것 같다.

-‘장사리’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태풍’ 이후로 100억원이 넘는 영화는 처음 해본다. CG로 만들 수 있는 큰 그림들에 도전해봤다. 실사와 CG가 결합된 게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감독으로 소중하게 경험했다. 또 전쟁물도 처음이다. 끝나고 정태원 대표에게 고맙다고 했다.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다. 안 한다고 했으면 많이 배울 기회를 놓쳤을 것 같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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